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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현 May 06. 2023

어린이날 특집 독감-1

똑닥과 열나요와 카카오티


기침을 쿨럭쿨럭 하더니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온 듯 보였다.


학원시간에 늦어가는데

어린이날 연휴 앞에 병원을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급하게 상가에 있는 병원에 들렀다.


열이 없으니 이렇다 할 처방을 받지 못하고

기침과 콧물약만 간단히 받아왔다.


밤까지도 괜찮았는데 자려고 보니

이마가 따땃하다. 미열이다.

왠지 오늘 밤은 열이 오를 것 같아 머리맡에 체온계와 약통에 흩어져있는 해열제를 하나 꺼내두었다.


새벽 4시

무심코 아이 머리를 짚었는데 너무 뜨겁다.

체온계에 나온 숫자는 39.2


급하니 타이레놀 어린이용 알약 포장이 잘 안 뜯어져서 가위로 다 오려냈다. 어느새 많이 커서 5알은 먹어야 했다. 온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싫어하면서 약을 꾸역꾸역 먹고는

‘엄마 나 오늘 어린이날인데 이따가 놀러 갈 거야.’

말하면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응 우리 다 낳고 재밌게 놀자.’

했지만

반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반은 심해질걸 직감했다.


동네 엄마에게 공휴일 진료 병원을 아침 8시부터 추천받았다. 똑닥앱으로 대기해 두면 힘든 아이 데리고 병원에서 죽치고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나름 심기 일전해서 대기를 눌렀는데 127번.


보자…한 사람 당 진료를 3분씩 보면 360분이라 치고 6시간. 오늘 진료시간은 9:00부터 14:00까지 인데

오늘 진료 볼 수 있는 건가?


전화를 걸었다. 제가 예약을 했다고..

번호가 나왔으면 진료를 봐준다고 했다.

9시 15분쯤 되자 모든 진료예약이 마감되어 버렸다.

와. 그래도 나 선방했네.


아이의 열은 떨어질 줄 모른다. 이번엔 부루펜을 먹여보자. 아세트아미노펜이 잘 듣는지 이부프로펜이 잘 듣는지 봐야겠다.

‘열나요’ 앱을 다운로드하여 해열제 종류와 복용시간, 용량을 입력했다. 교차복용 가능 시간과 오늘 하루 복용 최대치까지 알려준다. 체온은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래프로 바꿔준다.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마침내 우리 앞에 15명이 남았다고 똑닥 앱이 알려준다. 집 앞에 나가 날리는 비를 맞으며 카카오티로 택시를 불렀다. 병원까지 가는데 신호마다 걸리는 기분. 내 순서가 지나가면 진료 못 받는데 초조하게.


병원에 들어가자 시장통이다. 공휴일 병원에 온 사람들의 목적은 확실하다. 정말 아파서 해결해야만 해서 온 것이다.


원장님은 독감과 코로나 검사 모두를 하자 했고 열이 오른 시간이 짧아 음성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감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는 말을 하셨다. 이해는 했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다행히? 독감이다.


타미플루. 그것이 내 목적이었다. 해열제라면 집에 널려있는데 이게 타미플루를 먹어야만 낫는 일이라면이라는 가정을 하니 병원에 꼭 가야겠다는 확신이 아침에 들었었다.


약을 한 뭉텅이 처방받았다. 타미플루 두병, 아세트아미노펜 하나, 이부프로펜 하나, 기침가레콧물약, 열 패치 그리고 왠지 나도 곧 그 병균과 만날 것 같아서 종합감기약 하나를 사본다.


다시 나가 카카오티로 택시를 불러 집에 갔다.

아이는 정말 축 늘어져서 까부라져 잠들었다가 아파서 힘들다고 울다가 한다.


나는 수시로 체온을 재서 열나요 앱에 넣고 약을 먹일 때마다 타미플루인지 해열제인지 감기약인지 몇 시에 먹었는지를 앱에 기록한다.


독감은 정말 독하다. 이제야 독감의 하루가 지났다니. 열은 다시 다 올라 39.4도.


새벽 3시에 깨워 12시간마다 먹는 타미플루를 먹여야겠다. 핸드폰 시계에 알람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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