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너는 아팠다. 난 네가 아프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쓰지 않던 차가운 골방 한쪽 거울, 네가 붉은 립스틱을 가져다 온통 빨갛게 칠해 놓았을 적에, 난 네가 이미 많이 아프다는 걸 알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붉은 빛을 두고 아무 말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어른들 속에서 네가 아플 수밖에 없다는 걸, 난 알았다.
하지만 누이야, 꿈속에서도 너를 아프게 했을 네 가족들이 실은 다 아프다는 걸 넌 몰랐겠지. 아픔으로 아픔을 치유할 수 없고, 상처로 상처를 끌어안을 수 없다는 걸 넌 몰랐겠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 너는 몰랐다. 그래, 혼자만 아픈 줄 알았던 거다. 미안하다, 누이야, 내겐 네 마음을 안아줄 사랑이 남아 있지 않았다.
누이야, 네 오라비도 아팠다. 네 오라비를 낳은 네 어미도 아팠다. 아픈 자가 아픈 자를 낳은 줄도 모르고, 상처를 낳은 줄도 모르고, 상처를 후비는 일인 줄도 모르고, 고름이 피어나는 줄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죽은 채로 살았다.
누이야, 그이들은 너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저 네가 아픈 줄 몰랐을 뿐. 하지만 이제는 알겠지, 누이야. 죽은 자도, 산 자도 그저 자기 상처를 후비느라, 자기 고름을 짜내느라 다른 이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는 걸. 그러니, 누이야, 이제는 잊으렴. 부디 잘 살고 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