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비가 쏟아져 내릴 적에, 아, 이렇듯 어느 구석에 널브러져, 하릴없이 혼잣말을 뇌까리다가는, 문득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무작정 서글퍼지는 것이다. 동공 같은 가슴에 까닭 모를 막막함이 밀려들다가는, 썰물처럼 빠져나간 빈자리에, 그저 밥숟가락 하나 놓여 있는 것이, 치욕스러운 것이다. 먹고살고자 사는 것이냐, 살고자 먹고사는 것이냐, 이리 뒤집어도 저리 뒤집혀도, 매한가지 아니더냐, 묻는다. 슬픔도 배가 불렀다던 그 시인은 오늘 밥 한 숟가락 욱여넣었을까. 그이의 긍정적인 밥은 누구라도 따뜻하게 덥혔을까. 허나, 내 밥숟가락 위 얹어진 너는 차가운 혼잣말일 뿐. 너를 씹을 수 없어 꾸역꾸역 목구녕 밑으로 밀어 넣다가는, 밑도 끝도 없는 매스꺼움에 토악질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토할 것이 있더냐. 텅 빈 밥주머니에서 무엇을 기어코 끄집어내려 하느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은, 그게, 실은 빗물이에요. 아까 쏟아져 내린 빗물이라고요. 물비린내가 나지 않나요. 토한 데서 비린내가 나지 않느냐고요. 아니, 그건 네 밥숟가락에서 나는 냄새야. 네 치욕으로 뜸 들인, 혼잣말에서 나는 냄새야.
2022년 6월 23일 오후. 벼락같은 비가 쏟아져내렸다. 빗줄기에 뛰어들고 싶다, 생각하다가,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칫한다. 어쩌다 이리 살게 되었을까. 어디로도 갈 수 없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없어, 기껏 쥐었던 건 밥숟가락이었다. 밥숟가락 위에 혼잣말이 얹혀 있다. 혼잣말이 말한다. 괜찮아. 그것으로 무엇이든 퍼 먹으렴. 혼잣말도, 치욕도, 빗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