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잖아요, 그게 어머니라고요
희기도 하고 잿빛이기도 한 비가 내리네
불길이 꺼졌을 때, 재가 되었을 때, 커다란 유리창 너머 그 사람은 가만히 비질을 해, 조금은 희기도 하고, 조금은 잿빛이기도 한 어머니를 쓸어 담았다. 아, 이것은 어디서 본 장면이야. 어디서 보았지? 짐짓 모르는 척하다가, 형을 쓸어 담던 빗자루와 형이 쓸려 담긴 아담한 항아리가 생각나는 거였다. 항아리는 따뜻했지. 하지만 오해하지 마. 그건 그이의 온도가 아니야. 끌어안지 마. 그건 그이가 아니야.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더 단단하고 뭉툭한 뼈였구나. 삼악산 언저리 어느 화장터에서, 할머니를 방망이질해 흰 가루로 만들던 그 사람은 지금 살아 있을까. 그이는 살아 어디서 흰 밥을 먹고 있을까. 그이도 누군가 흰 가루로 빻아 주었을까. 할머니가 도자기처럼 구워져 뼈가 될 때, 어머니는, 아직 살과 뼈가 붙어 있던 어머니는, 30년 뒤에야 희기도 하고 잿빛이기도 한 가루가 될 어머니는, 더 이상 나오지도 않는 소리를 짜내어 곡을 하고 있었지. 어머니 울지 마세요. 그만 통곡하세요. 어머니가 손바닥을 내리칠 적에, 희기도 하고 잿빛이기도 한, 할머니가 날아가잖아요. 어머니의 울음은 돌이 되었을까. 어머니를 비질하던 그 사람은 까맣고 동그란, 자그마한 돌을 집어 들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옆으로 치워버리는 거였다. 어머니가 성불했다면, 어머니가 부처였다면, 그건 고이 모셔질 사리일 텐데, 아, 항아리에 희기도 하고 잿빛이기도 한 어머니와 함께 담겨야 할 사리일 텐데. 아니에요, 어머니, 사실 그건 어머니의 마음이었지요. 동그랗고 작고 까만 마음이었지요. 까만 하늘이었지요. 한가득 비를 품은 구름이었지요. 지금은 까맣고 동그란 하늘이 호우를 쏟아붓는 시절. 아비는 캄캄한 뇌우에 자지러지듯 두려움에 떠는 짐승. 기어이 네가 여기서 나를 죽이려 하느냐. 네 어미는 어디 있느냐.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운가요. 어머니가 보고픈가요. 하지만 아직이에요, 아버지. 기다리셔야 해요. 비가 오잖아요, 그게 어머니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