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계를 선물 받았다.
"아빠는 뭘 제일 좋아해? 팔찌? 시계? 목걸이?"
"음.. 아빠는 주아!" 그랬더니,
"그럼 주아 시계를 만들어주면 되겠다! 잠깐만!"
그러더니 쓱싹쓱싹, 싹둑싹둑, 치익, 툭, 촤악, 탁. "됐다!" 하곤 금세 뭘 하나 만들어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온다. 미리 구상을 다 해놔서 일까? 빨리도 잘 만들어왔다.
두꺼운 아빠 손목에 잘 맞기까지 하네!
"우와~ 너무 좋아! 정말 잘 만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어?!" 하며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고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바라보니 아이는 자리를 뜨지 않고 그 광경을 흐뭇하게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운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런 아이의 표정이 또 얼마나 웃기고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아빠가 얼마나 기뻐할지 잔뜩 기대감에 찬 아이의 모습
어설프기 그지없는 시계다. 아직 숫자도, 글씨도, 시계 보는 방법도 잘 모르는 아이는 어딘가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대충 하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해, 그리고 아빠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그득그득 담아서 정성스럽게 시계를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시계에 사용된 사진을 보니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은 3년 전 내가 찍어준 사진이다. 참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련하고 그립고 보고 싶고 또 아쉽다. 앞으로의 3년도 금방 흐르겠지? 그리고 다음 3년이 나도 모르는 사이 후다닥 지나가버리면 그때 또다시 돌이켜보며 지금의 이 순간이, 지금의 이 시간이 사무치게 그립겠지?
지금을 더 열심히 즐겨야겠다. 아니, 지금을 아주 열심히 즐겨야만 한다. 아이를 떠올리며 글을 끄적거리자면 마지막 썼던 2년 전도, 지금도 결론은 늘 하나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나와 아내와 아이가 속한 이 가정에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 적어도 그러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후회는 하기 싫으니까.
예쁜, 아주 예쁜 시계를 선물 받았다. 그것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지 않은가.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시편 1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