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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 Nov 26. 2019

[OB's시네마] 퍼스트맨 First Man

이동진의 라이브톡으로 개봉 하루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왔다. 실제로 처음 본 이동진은 질투가 날 만큼 똑똑한 달변가였다. 말을 할 때 필요 없는 단어를 최소화하며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말을 하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동경한다. 인간이 매일 하고 사는 것이 말임에도 매일 다듬지 않으면 얼마나 망가지고 추해지는 것이 말인지.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라이브톡에서 이동진이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우리가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상상할 때 예상하는 많은 것들에서 벗어나 있다. 처음엔 나도 위플래시와 라라랜드 감독이 닐 암스트롱 이야기를 한다고 할 때 의아했다. 당연히 <퍼스트맨>은 블록버스터 영화일 거라 생각했고, 셔젤 감독의 전작이 지닌 감성들은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영화는 셔젤 감독 다웠고, 내 걱정은 기우가 되었다. 영화는 흡사 닐 암스트롱의 다큐 같기도 하고, 닐 암스트롱의 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닐 암스트롱이 미국 NASA의 위대한 목표인 인류 최초 달 비행을 이뤄낸 것을 다룬 성공 신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철저히 그 이면에 있던 것을 비춘다. 거창함 뒤의 사소함, 성공 뒤의 실패, 꿈 뒤의 사랑.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를 참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그 결말을 가장 좋아했다. '라라랜드'라는 제목과 결말의 시너지가 엄청나다고 생각했고, 꿈을 이루는 과정에선 상실과 상처가 꼭 발생한다는 그 메시지가 좋았다. 그게 삶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라라랜드와 비슷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감독의 인터뷰가 정말 좋았는데, 감독은 이 세상에서는 성공을 하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대가를 치르는 것이 낭만적이거나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주제를 영화로 다루고 싶어한다고 했다. 감독은 그 과정을 미화하고 싶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정도로 공감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이 치르는 대가, 결국 '상실'로 귀결되는 것들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성공에 도취한 사람들은 관계를 무너뜨려 가면서까지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을 뿌듯해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너진 관계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에겐 '성공'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겐 성취도 보람도 꿈도 없이 비참함과 불안과 상처만 남았을 뿐이다. 
많은 성공 신화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내조에 힘쓴 아내를 다루며 그의 희생을 미화한다. 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의 꿈이 같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누군가는 상대방의 꿈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을 의미할 확률이 더 클 것이다.


꿈이 다른 사람들은 걸어가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부딪치고, 어긋난 채 서로의 길을 가게 되기 마련이다. 나는 셔젤 감독이 집요하게 좇는 그 길이 좋다. 그 길에 굴러다니는 크고 작은 돌멩이 하나가 한 사람의 걸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들여다보는 감독의 시선이 좋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면에서 그러한 화법으로 쓰였다. 그래서 관객에게 끊임 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해서까지 갈 가치가 있는 곳이었냐고. 이 희생은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우리가 잃어버린 수많은 것들보다 과연 인류의 위대한 업적이 중요한 것이었냐고. 그 업적은 과연 이 모든 희생을 정당화할 만큼 위대한 것이 맞냐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내놓는 답이 '아니오'인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 답은 나뉠 것이다. 달에서 꿈을 꾸는 사람과 달을 보며 행복해하는 사람은 비슷하지만 결국 다른 곳에 서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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