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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갈까 Apr 20. 2023

어차피 다 힘들어. 좋아하는 일 하는게 낫지.

나 스스로도 내가 답답해. 나보고 어쩌라고.

회사라는 곳을 다닌지 49일 째다.

촬영팀은 햇수로 4년을 했는데 회사는 고작 49일이 너무 힘에 부친다.

업무에 집중을 할수가 없다.

내가 애정하지 않은 일이라 그렇다.

자꾸 일을 했던 촬영현장이 내 눈앞에 아른아른 거린다.  

남들은 먹고살려면 그게 뭐가 대수냐 라고 할테지만 그 정도가 지수로 따졌을때 100에 가까울 수록 맞지 않은 업무임을 누구나 다 안다.

그 수치가 몇에 가까운지는 오롯이 나만 아는 문제겠지만.


촬영팀(프리랜서)과 회사중에, 회사를 택했고 그 선택이 맞지 않았으면 빨리 그만두고 다른길을 가는게 맞다.

그러려면 나의 용기가 필요하다.

만약 그만두기로 결정을 했다면 이제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나이가 32인 나를 신입으로 받아줄 곳도 없을거 같아 무섭다.  

어느분야에서 일을 할지 마땅한 대비책도, 취업시장에 뛰어들자니 그럴만한 자격증도 없다.

촬영팀을 계속해야만 경력사항이 되는 이 커리어는 다른 곳의 입사지원서를 넣을때는 무용지물이 된다.


아, 나의 4년은 어디갔을까.

4년을 일했다는 경력이 무색하게 난 그동안 일해서 벌어놓은 돈도없고, 국가 사이트에 들어가서 고용보험 가입이력을 조회해봐도 온전히 내 4년을 다 찾지는 못한다.

내가 4년동안 일했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는 듯 해서 참 웃기다.

투명인간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이럴때마다 '내가 그동안 꿈을꾼건가? 이제는 그만 현실로 돌아올때인가?' 싶다.


그 흔하다는 재직증명서, 퇴직금, 실업급여, 연말정산 등 경험해본적이 없다.

입사 첫 날 에는, 출근카드를 찍지 않아 담당부서에서 연락이 왔었다.

베테랑 회사원들이 들으면 '어머' 하고 놀랄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너무 낯선 일이었다.

또 하나의 낯선 경험을 말해보자면 역시 입사 1일차 였다.

우리 부서 과장님이 나를 데리고 전부서를 돌면서 나를 인사 시키고 다녔다.

쭈뼛쭈뼛 '잘부탁드립니다' 라는 말 한마디도 못하는 나를 보며 '왜 저러나' 싶었을거다.

나는 부담감과 심란함에 헛구역질 증상이 나오는걸 참고 있었다.


이미 나는 그때부터 알았다.

'아, 나는 여기서 적응할 수 없겠구나. 돈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말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내가 정말 회사란 곳을 들어왔구나' 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회사 첫 출근까지 2주의 시간이 있었다.

그 2주가 너무 암울했다.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참담함에 축 늘어져 보냈다.  


당시 수중에 가진 돈이 70만원 이었고, 그걸로 한달을 버틴 후 월급을 받아야 그 다음달이 생활이 가능했다.

이렇게까지 된 재정 때문에 회사를 들어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던 현실이 죽을만큼 싫었다.


어영부영 다닌 회사가 곧 두달이 다되어간다.

적응할 수 없을거 같다는 내 마음은 여전하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일은 몸으로 자연스레 나타난다.

입사 한지 얼마안되고 처음시작은 감기였다. 목이 심하게 아팠다.

목을 중심으로 코가 말썽이었고, 계속 미식거리는 듯 속이 안좋았다. 토할거 같았다. 헛구역질 증상이었다.   


그 다음은 허리였다.

앉아있는 시간에 대부분인 일을 처음해보는 나는 내 허리가 이정도로 약한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자 다들 주위에서 한마디씩 했다.

 

"산책님은 왜 도대체 안낫는거에요?"

마음속으로는 이미 답을 알고있었다.


'이건 내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구나, 만만한게 없다.'


"어차피 다 힘들어, 좋아하는 일 하는게 낫지"

회사를 다니면서 강하게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촬영팀으로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섣불리 하지 못하는건 나머지 고려조건들 때문이기도 하고, 내 마음의 문제가 있기도 하겠다.


만약 회사를 들어가지 않고 몇개월의 생활고를 아둥바둥 이겨내다가 촬영팀을 계속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시기가 나에게 고비였는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였는지는 잘 모른다.

그걸 이겨내면 내가 계속 촬영팀으로 승승장구 할 수 있었을까?

눈 앞이 고지였는데 미리 부러진거였을까, 아님 지금이라도 부러지길 잘한거였을까.


인생은 정답이 없다.

정말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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