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정립 part 2

나의 행복은 누구의 책임일까

by Appendix

살다 보면 수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그 속에서 감정을 주고받고,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행복해하며 하루하루를 쌓아간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정말 나만의 것일까?

우리는 종종 '너 때문에 화가 나' 혹은 '네가 있어서 행복해'라는 말을 한다.

마치 내 감정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듯이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감정의 진짜 주인이 누구길래?


책임의 방향

누군가를 좋아하고, 미워하고, 아끼고, 서운해하는 이 감정들은 온전히 내 것일까, 아니면 상대방에게 달려 있는 걸까?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관계가 내게 중요해질수록 이런 질문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내가 상대에게 얼마나 솔직했는지, 얼마나 진심을 보였는지, 혹은 어떤 가면을 썼는지가 얽히면서 감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더 헷갈리게 된다.


관계의 처음과 지금이 다르다면, 그 차이에서 생긴 감정은 누구의 몫일까.

처음에는 상대에게 푹 빠져서 천생연분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반대가 되었다면, 그 감정 변화는 또 누구의 책임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면, 그 감정은 누구에게서 비롯된 걸까?


사실 감정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내가 상대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내 것이고, 상대가 나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들 착각한다.

상대가 내게 어떤 감정을 가지게 하기 위해 내가 특정한 행동을 해야 할 것만 같고, 내가 가진 감정 역시 상대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믿는다.

그래서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마침내 멀미를 느낀다.


그렇지만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관계의 처음과 지금 사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 동안 우리가 서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온전히 자기 것이며,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의 감정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해석은 각자의 몫

처음 보였던 내 모습과 시간이 지나면서 보인 내 모습이 다르다면, 그 변화로 상대의 감정을 흔들 수 있다.

반대로, 처음과 끝이 한결같더라도 상대는 그 꾸준함을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혹은 지루함으로 느낄 수도 있다.

결국, 내가 어떤 모습이었느냐 보다는 상대가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감정의 크기와 색깔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내가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은 누구의 책임일까?

상대의 태도 때문일까, 아니면 나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감정은, 내 마음이 일으키는 일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흔히 오해한다.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했기 때문에 내가 서운한 거라고, 상대가 나를 소중하게 대했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거라고.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진 않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상대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했느냐에 따라 내 감정이 결정된다.

상대의 태도는 하나의 재료일 뿐이고, 그 재료를 어떤 감정으로 요리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비 오는 날씨를 어떤 한 사람은 우울함으로, 다른 사람은 낭만으로 느끼는 것처럼.


이 사실을 인정하면 관계는 한결 가벼워진다.

상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내 감정을 휘둘릴 필요가 없어진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건, 미워하건, 외면하건, 그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고,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집중해야 할 건 상대가 아니라 내 마음이다.

이 관계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성숙한 관계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이런 시선을 차갑고 냉정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감정은 뜨겁고, 관계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감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면 오히려 더 따뜻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상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대를 억지로 내 감정의 책임자로 만들지 않으니, 관계는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특히, 상대의 감정까지 내 것인 양 움켜쥐려는 욕심을 버리면 관계는 한결 자유로워진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상대의 감정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상대에게 100만큼의 진심을 줬다고 해도 상대는 50 만큼밖에 못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나는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200만큼의 감동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것은 내 의도가 아니라 상대의 해석에서 비롯된다.


관계의 성숙

감정이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 안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했느냐에 따라 감정의 색깔이 달라진다.

그걸 깨닫게 되면 관계는 훨씬 더 평온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가, 무심한 반응 하나에 밤새 뒤척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의 주인이 나 자신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면, 그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감정을 책임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대의 감정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상대가 내 감정을 책임져주길 바라지도 않으며, 내 감정은 내 것이고 상대의 감정은 상대의 것이라는 선을 분명히 그을 때 비로소 진짜 관계가 시작된다.

그렇게 감정의 맹점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고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런 관계에서는 서로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진심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진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결국, 모든 감정은 내 안에서 시작된다.

내가 누구를 어떻게 느낄지, 그 감정의 모양과 크기는 전적으로 내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니 누군가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이 생겨도, 그 감정을 억지로 외면하거나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내 감정을 인정하고, 내 안에서 잘 보듬어주는 것.

그게 진정한 성숙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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