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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Sep 13. 2023

스타트업, 규제에 대처하는 법

스타트업 변호사의 역할과 자세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규제'에 관한 부분일 것입니다.


규제는 크게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1) 규제가 없는 경우

(2) 기존의 규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

(3) 기존의 규제가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




구체적으로 각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Type 1) 규제가 없는 경우

2009년 1월 비트코인의 소스 코드가 공개된 이후 이더리움 등 다양한 코인들이 생겨나면서 가상자산 산업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가상자산은 이전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규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가상자산·블록체인 스타트업에게는 자신의 기술과 사업모델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었고, 그 성장세도 대단했습니다. 이 시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단번에 2022 자산총액 10조원 규모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정도로 성장하였지요.

반면, 규제가 없으니 기존 금융사와는 다르게 컴플라이언스의 부재로 인한 '루나 사태'의 발생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시키면서 부정부패가 발생하는가 하면, 코인을 이용한 직접적인 사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회적인 파장이 일어나자 가상자산 시장의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23. 7. 18. 제정되었고, 2024. 7. 19.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약 15년 만에 가상자산 산업에 규제가 생긴 것이지요.

이처럼 규제가 없는 경우에는 관련 스타트업이 마음껏 사업을 펼치는 경우입니다.


(Type 2) 기존의 규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를 무선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OTA (Over the Air) 기술이 있습니다. 테슬라가 처음 나왔을 때 늘 새로운 차를 탈 수 있다면서  자랑했던 기술 중 하나이지요. 생각해 보면 핸드폰의 OS를 업데이트할 때는 무선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데, 자동차의 SW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핸드폰보다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자동차관리법 제66조는 자동차정비업자가 등록된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점검작업 또는 정비작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무선으로 자동차의 SW를 업데이트하는 경우에도 정비에 해당하여 지정된 정비소 등에서만 가능한 것이지요. 이 규제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정비를 아무 곳에서나 하지 못하도록 하여 관리되지 않은 정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동차에도 OTA 기술이 등장하였고, 사람들이 정비소에 가지 않고도 어느 곳에서나 편리하게 무선통신을 이용하여 SW 업데이트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자동차관리법상 규제로 인해 OTA를 활용한 SW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정비장소에 대한 규제를 만들 당시에는 OTA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자동차의 SW 업데이트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할 의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OTA 기술을 통한 SW업데이트는 정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에 발목을 잡힌 것이죠.

테슬라를 포함한 14개 자동차 업체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여 OTA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임시허가를 받아서 자동차관리법의 규제를 일시적으로 회피하였습니다. 덕분에 고객들에게 OTA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정비소를 직접 방문하여 SW를 업데이트하는 불편함을 해소하였습니다.


(Type 3) 기존의 규제가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

원격의료는 코로나로 인해 격리가 일상이 된 시기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3에서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하용하면서 원격의료 산업이 급부상하였고, 닥터나우를 비롯하여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이른바 "원격의료")는 의료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2020. 11.5. 선고 2015도13830)에서도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하여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 및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의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에 반하고 이는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원격의료의 경우 그 부작용으로 인해 의료법을 통하여 직접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정부가 비대면 진료 사업의 범위를 대폭 축소함에 따라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1, 2위 스타트업인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가 사업을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할 만큼 직접적인 규제가 적용되는 환경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려 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경우 해당 산업의 "규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규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규제의 타입'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규제환경은 Type1의 경우이겠지요. 규제가 없는 환경에서라면 스타트업은 비전, 기술 및 우수한 인재를 통하여 바로 서비스나 제품을 구현하여 시장에 출시할 수 있습니다. 규제로 인해 사업이 방해를 받거나, 우회해서 가는 전략 등을 취할 필요 없기 때문에 최단 거리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이후 산업이 성장해서 규제가 생기면 그에 대한 대응을 하면 될 것입니다.


Type 2의 경우라면, 해당 규제의 목적과 신기술·신사업 스타트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사람들에게 주는 편리함과 같은 이점)을 비교형량해야 합니다. 기존의 규제가 의도하지 않았던 신기술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더 좋고 편리한 서비스·제품을 제공함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비교형량에서 우위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여 임시허가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더라도 해당 규제를 관장하는 규제기관(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에 대해 논의하고, 설득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Type 3의 경우가 가장 문제일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산업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스타트업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시기와 같이 한시적으로 규제가 풀어져서 산업이 허용되는 행운도 있겠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합니다.

만약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가 사회를 더 멋지게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제가 해당 스타트업의 변호사여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면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을 하면서 해당 규제 환경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기회를 찾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맞춤형으로 찾아주고, 비타민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면서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해 주는 것을 사업모델로 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의 사업모델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비타민을 약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바로 원격진료를 통한 의약품 배송이 되겠지요. 규제 환경의 변화를 포착하여 규제가 사라지는 경우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많을 것인데,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규제가 사라진다고 하여도 쉽사리 시장을 선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규제가 없는 비슷한 사업모델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규제 환경을 유심히 모니터링하면서 기회를 찾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규제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실력 있는 변호사'를 영입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만들기에 기존의 규제가 의도치 않게 제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회색지대(grey area)처럼 법 적용이 모호한 상황도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며, 직접적으로 규제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스타트업, 신사업·신기술 분야에서 변호사가 하기 가장 쉬운 답변은 "안된다"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실력 있는 변호사라면, 안된 답변보다 스타트업의 경영진과 함께 해당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법상 가능한 법리를 모색하는 한편, 스타트업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게 될 법적 리스크를 적절히 파악하고 대응하, 경영진이 loophole 등 잘못된 법 회피 방법에 빠지지 않도록 균형(Balance)을 유지하는 것을 지원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의 산업에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법률적 전문지식을 갖추었으며, 유연한 사고력을 겸비하고, 스타트업의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스타트업을 함께 성장시킬 변호사를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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