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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Sep 14. 2023

얼마나 많은 욕심이 필요한가

안온한 삶을 위하여

군대에 있을 때 우연히 톨스토이(Leo Tolstoy)의 단편소설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 and Other Tales)"를 읽었는데, 오늘 이 책에 포함된 소설 중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How Much Land Does A Man Need)'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농부 파홈(Пахом, Pahom)은 근면하게 일하는 동시에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아 원하는 만큼의 땅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자신의 처지와 소유한 땅의 크기에 대해 불만을 느끼던 와중에, 굉장히 넓은 땅을 거저나 다름없이 판다는 바시키르인 유목민의 소문을 듣고 그들을 찾아갑니다.

유목민들의 거래 조건은 해가 뜨고 나서부터 해가 지기까지 걸어서 이동한 뒤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오면 거저나 다름없는 금액인 1,000 루블에 걸었던 구간의 내부 면적만큼 땅을 받을 수 있지만, 시작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선지불한 1,000 루블은 돌려받지 못하고 계약은 파기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조건을 승낙한 농부는 아침 일찍 출발하지만, 놓치기 아까운 토지를 더 차지하려고 조금씩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농부는 거추장스러운 신발과 옷도 전부 벗어던지고 달려 간신히 시작 지점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몸을 혹사시킨 나머지 농부는 과로로 즉사하게 되었습니다.

죽기 직전의 농부에게 엄청난 땅을 얻었다고 축하를 해 주던 바시키르인 촌장을 옆에 둔 채, 농부의 하인은 죽은 주인을 땅에 묻었습니다. 그렇게 농부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그가 묻힌 2미터 크기만큼이었습니다. (나무위키 참조)




군대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20대 초반이므로 욕심을 부릴 일도, 욕심으로 실패를 경험할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미 가진 땅이 충분한데도 더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하며 욕심을 부리다가 그 욕심에 화를 당하는 농부의 어리석은 모습은 젊은 날의 제가 보았을 때는 그저 이야기에나 나오는 어리석은 사람의 행동이었습니다. 만약 나에게 이야기에 나오는 그러한 상황이 생긴다면 당연히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히 걸어간 뒤 돌아와서 필요한 만큼의 땅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이 이야기를 돌이켜보니 농부의 욕심으로 인한 어리석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도 욕심으로 인해 일을 그르친 경험이 많이 생겼습니다.


변호사시험을 한 달가량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평소 공부하고 대비했던 내용들만 잘 정리해서 시험장에 들어갔으면 되는데, 문득 시험 결과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욕심으로 인해 곧이어 이전에 공부하지 않았던 쟁점들과 최신판례를 뒤적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는 시간이 많이 흘러 시험이 며칠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새로운 쟁점과 최신판례도 온전히 공부하지 못했고, 기존에 잘 공부해 두었던 것도 제대로 복습하지 못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시험 막바지일수록 새로운 공부에 욕심내지 말고 기존에 공부하고 정리했던 내용들만 잘 복기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고, 기존 공부한 것 이외의 쟁점이 시험에 나오면 과감히 포기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어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과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그러하지 못했고 평소 공부한 것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였던 경험이었습니다.


나의 신념과 투자 철학에 따라서 몇 년간 장기 투자한 종목이 있었습니다. CEO의 말이나 회사의 비전을 충분히 공감하였고, 세상을 이롭게 할 신기술임을 확신하고 회사를 신뢰하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주가가 반토막이 되었습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주가가 본전이 되었을 때 간신히 빠져나왔지요. 주식과 관련된 슬픈 소식은 늘 이렇게 시작되던데요, 그 후 해당 종목은 몇 년간 제가 판 가격에서 약 20배 이상 올랐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종이신문을 읽는데, 가끔씩 해당 종목이 급등했다던지, 지속적으로 전망이 좋다던지, CEO가 하는 행동과 말 등이 나오는 기사를 보고 있자면 늘 마음이 쓰렸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은 만약 그때 주식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의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현재의 내가 가지지 못한 과거의 기회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는 그 주식이 현재는 얼마의 가치가 있으니까 얼마를 벌지 못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아쉬워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들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 이 욕심은 제 마음을 심하게 요동치게 하기도 하고, 후회와 번민을 만들어 내면서 저를 괴롭히기도 하였습니다.



                  

때로는 욕심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도 욕심을 에너지 삼아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거나, 판사·검사와 같은 명예로 직업을 가지거나, 세상을 발전시키는 스타트업을 차리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만큼의 욕심이 필요할까요?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톨스토이 소설 속의 농부와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욕심은 목표를 이루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지나친 욕심은 마음의 혼란스러움을 증가시키고, 그러한 상태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도록 합니다. 욕심은 본능의 일부분이므로 그것을 컨트롤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지나친 욕심인 탐욕의 끝은 언제나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는 순간이라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욕심을 다스려야 할 때입니다.


욕심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명상 등을 통해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거나, 마음을 다해 호흡하거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노력한 결과 이상을 원하지 않거나, 운에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두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부디 욕심을 잘 다스려 안온한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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