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통해 보는 재택근무 논란
자유롭게
코로나 시기 당연하게 여겨지던 재택근무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서 뿐만 아니라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국내 IT 기업에서도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구글의 경우 사무실 근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직원들을 단속하고, 직원평가에 사무실 출근 여부를 반영하겠다고 하는 등 직원에 대한 통제 관련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논란의 핵심은 직원들을 통제하는 것과 자유롭게 두는 것의 고민일 것입니다.
과거 산업혁명 시대, 그리고 오늘의 제조업은 단위시간당 생산량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프로세스(통제, 이하에서는 통제와 유사한 의미로 표현합니다)대로 직원들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작업 할당량을 시간 안에 완료해야 했습니다. 이때 한 명의 직원이 창의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제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뒤에 남아 있는 모든 작업들이 멈추게 됩니다. 또한, 작업을 안 하고 생각을 하다 주의력이 떨어지면 기계나 공구에 크게 다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으니, 직원들을 더욱 프로세스 하에 두고 통제해야 했죠.
제조업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인 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것보다는 회사에 나와서 관리자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면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하는 기업에게도 통제가 필요할까요?
그 해답은 직원들을 자유롭게 두는 넷플릭스(Netflix)의 기업문화에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는 PPT(2009년 공개)로 정리되어 총 7개의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의 관점인 자유와 책임 (Freedom & Responsibility)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넷플리스는 생각했습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자유로울 때 더 큰 성과를 발휘하고, 그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명제를요.
그래서 넷플릭스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직원들을 제한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두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인재를 영입하고, 때로는 육성하여 회사의 지속적인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회사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들의 자유를 제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대부분의 회사들은 비즈니가 성장함에 따라 관료적으로 변하여, 직원들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비즈니스와 업무가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지니 성과를 내는 직원들의 비율도 줄어들게 됩니다. 회사에 혼란과 오류가 급증하고 낮은 성과를 내는 인재로는 회사를 운영하기가 어렵게 되므로,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정해진대로만 따라야 하는 프로세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혼돈이 초래하는 고통에 비하면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어 직원들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뛰어난 인재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프로세스는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경영인들에게는 매우 매혹적입니다.
프로세스 중심의 회사는 시장 점유율을 장악할 수 있으나,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생각을 요구하며, 그렇기에 효율적이지만, 호기심 많고 개성 강한 뛰어난 인재는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즉, 효율성이 유연함을 능가하는 기존 시장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갖춘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새로운 기술이나 경쟁자 또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변하는 순간, 프로세스 중심 회사는 변화된 시장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는 직원들이 현재의 프로세스를 잘 따르고, 준수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회사의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을 통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점점 더 높은 성과를 내는 더 많은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사업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우수한 직원의 비율을 증가하는 것을 택한 것이죠.
넷플릭스는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문화를 유지하는 대신
최고의 인재들을 자유롭게,
그러나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의 휴가 및 근무 정책을 통해 자유와 책임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04년까지 넷플릭스는 1년을 기준으로 (연차 15일과 같이) 휴가를 부여하였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직원들은 밤낮없이 주말에도 일하고, 근무시간이 아닌 경우에도 이메일에 응답하였습니다. 반면, 오후 일과 중에 개인시간을 갖거나 휴가를 가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직원들이 물었습니다.
우리는 주단위나 일단위로 업무를 하지 않는데, 왜 근무시간을 체크하고, 연차를 1년 기준으로 부여받아야 하죠?
넷플릭스의 경영진은 깨달았습니다.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요.
결국, 넷플릭스는 연차휴가나 (하루 8시간과 같이) 근무시간을 통제하는 정책을 없앴습니다.
넷플릭스는 근무복장에 대한 규정도 없지만, 아무도 발가벗고 회사에 오지 않는 것처럼,
모든 것 하나하나에 자세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에 관한 또 다른 사례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직원들의 비용지출, 출장비, 선물관리 규정 등을 복잡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비용지출, 선물, 출장 정책은 오직 5 단어뿐입니다.
"넷플릭스에게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할 것"
간단한 말이지만, 합리적이고 우수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이해할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자유에 대한 기업문화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성장할수록, 규칙을 줄인다.
그리고 더 많은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하면서 혼란을 억제한다.
장기적으로 유연함이 효율성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에 관한 기업문화대로 직원들을 자유롭게 두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나 혹은 의도적인 업무 태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넷플릭스는 기업문화에 대한 PPT가 공개된 2009년을 기준으로 약 14년이 지난 지금 주가가 60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이 회사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저 역시도 주어진 일에 자유와 재량이 부여되었을 때 신이 나서 일을 하고 더 큰 성과를 발휘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을 통제하거나 마이크로 하게 지시하는 경우에는 그 일이 하기 싫어지고, 딱 지시한 만큼만 일을 하게 됩니다. 그 통제와 지시가 성과의 상한선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유로울 때 우리의 사고와 생각이 빛을 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주변에서 법률 자문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고마움의 표시를 하면서 선물이나 사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도움을 주고서 단 한 번도 그것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제가 선물이나 사례를 받음으로써 제 도움의 가치가 그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사람은 스스로를 관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는 관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를 통제하려 하는 순간 그들의 창의성과 혁신적인 생각과 에너지는 사라지고 통제한 만큼의 성과로 줄어들게 됩니다. 넷플릭스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면, 그 사람은 스스로 관리하기 때문에 성과를 저해하는 통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 이슈로 돌아와 보면,
결국 회사의 비즈니스와 목표가 효율성이 중요한 경우에는 재택근무는 지양해야 할 것이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을 성과와 유연함이 중요한 경우에는 재택근무 시행 여부는 직원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원하는 회사의 경영진들은 무엇(What)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어떻게(How) 목표를 이룰지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두어야 할 것입니다.
회사의 직원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소중한 가족이든, 가까운 친구이든 간에 당신이 통제하고 억압하는 순간 그 통제의 대상은 그 이상의 성과를 내거나 더 많은 사랑을 주거나 더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그 사람은 날개가 꺾인 새장 속의 새처럼 당신이 통제하는 딱 그만큼으로만 당신을 대할 것입니다.
창의성과 혁신적인 성과
혹은 깊은 사랑과 관계를 원한다면
당신이 믿는 그 사람을 자유롭게 두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