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쉽게 쓰는 생각 #11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PT샵을 운영하는 친구인데 돈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미용실을 하는데 제법 잘 되나 봅니다. 친구의 아내는 자기만큼 벌어오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친구는 새해, 여름과 같은 운동 성수기에는 제법 장사가 잘 되지만 이번 달에는 월세 등 고정비를 지출하고 나면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여름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장사를 접겠다며 보험 교육도 듣고 대형 면허도 따고 살길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특히, 7살인 아이가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군이 좋은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돈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아이가 입학하면 자기와 아내는 공부를 못했지만 아이만큼은 국어, 영어, 수학 등 학원도 아낌없이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학원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안부를 묻기 위해 오랜만에 전화를 하였는데, 돌아오는 것은 돈이야기뿐이었습니다.
또 한 친구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배달일로 해당 지역에서 매출 1위를 할 정도로 열심이던 친구는 갑작스레 작년 5월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쳐 죽을 고비를 넘기고 현재는 많이 회복한 상태입니다. 친구는 사고 후 월세로 사는 방을 벗어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혼하여 아내와 함께 지낼 집을 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딱 5천만 원만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가진 돈에 더해 차 할부금과 계약금을 낼 만큼의 돈입니다. 친구는 사고 당시 다행히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되어 있었고 산재처리가 되었으나, 먹고 살정도인 월급의 70%가량만 받았습니다. 친구는 돈을 벌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전재산을 코인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40% 수익률이 되어 몸도 마음도 몹시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돈 때문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도 최근 갤럭시에서 애플의 가장 비싼 핸드폰인 아이폰 16프로 맥스로 변경하였습니다. 아이폰을 쓰는 아내와 페이스타임을 하여 아이들과 선명하게 영상통화를 하고 싶어 큰 맘먹고 구매하였습니다. 핸드폰을 바꾸니 이내 애플워치가 갖고 싶었습니다. 평소 갤럭시 워치도 갤럭시 핏도 잘 사용하지 않아 서랍에 두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기에 애플워치를 구매하여도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지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고 애플워치 10을 구매하였습니다. 제 것을 사니 또 아내의 4년 된 애플워치 SE도 바꾸어 주고 싶어 아내 것까지 주문하였습니다.
돈을 마구 쓰다 보니 다음 달 카드값이 월급을 초과하였습니다.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마음이 몹시 불안하였습니다. 그래서 투자금 계좌에서 일부를 빼서 월급보다 더 쓴 금액을 갚기로 하였습니다.
돈으로 스트레스받는 것이 지긋지긋했습니다. 돈에서 자유로운 삶, 소위 말하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었습니다. 돈이 더 많았으면 가지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사고 멋진 곳으로 여행도 가고 좋은 호텔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소득세 납부 실적으로 전국 부자 2위에 올랐을 정도로 돈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24개의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왜 그 많던 돈을 포기했던 것일까요? 평범한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끔찍하게 만져본 그는 돈이 정말 위험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밥은 한 그릇 먹으면 두 그릇 째는 맛이 없지만, 돈은 100만 원을 벌면 200만 원을 벌고 싶고 200만 원을 벌면 400만 원을 벌고 싶을 정도로 돈 버는 것은 재미있고,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을 정도로 만족에 끝이 없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채현국 이사장은 돈을 많이 벌다 보니 돈에 미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도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게 '나도 별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 무서워, 살려고 돈으로부터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산 웅상에 효암고교와 개운중학교를 설립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학교 내 컨테이너로 된 단칸방에 살며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학교로 만드는데 전념하며, 시대의 어른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깊은 혜안을 주고, 본인 스스로도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였습니다.
우연히 채현국 이사장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였습니다.
예전에 살던 빌라의 옥상에 올라가면 개포동의 고급 아파트들이 파노라마로 보였습니다. 그것을 보며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빨리 저 아파트로 이사 가야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하였습니다. 또한 돈이 있지도 않으면서 '주식으로 돈을 벌면 되니까'하는 생각으로 마이너스통장으로 가지고 싶었던 것을 다 사고 여행도 마음껏 다녔습니다.
그렇게 소비와 쇼핑이, 지출과 여행이 반복되며 빚이 늘어갔고, 빚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돈이 갖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돈의 노예가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투자에도 연연하지 않고 안분지족 하며 잘 지냈는데,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구매하고 월급보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잘 참고 있었던 돈에 대한 욕망이 되살아 나며 번민이 찾아온 것입니다.
누구나 많은 돈을 원합니다. 그러나 많은 돈을 원하다 보면, 어느덧 수단인 돈은 인생의 목적이 됩니다.
첫 번째 친구의 아이에게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과 두 번째 친구의 결혼을 위해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은 결국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인 돈이 필요했지만, 돈에 의해서 불행감이 찾아왔고, 그렇게 다시 돈이 목적이 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느끼게 하며 달아날 수 없는 사각으로 몰아넣는 것이지요.
단연코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령 제게 많은 돈이 생겨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산다고 하여도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돈이 목적이 된다면 돈은 나와 가족, 친구 등 돈보다 소중한 것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담금질하여 돈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현재 자신이 처한 경제환경에 맞게 안분지족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지요. 가진 만큼만 쓰고 더 가지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돈에 관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질문자:
명백히 Apple II는 엄청나게 성공했습니다. 애플은 빠르게 성장했고 마침내 상장되었고, 당신은 정말 부유해졌습니다. 부자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I mean, obviously, the Apple II was a terrific success. Just incredibly so, and the company grew like Topsy, eventually going public, and you guys got really rich. What's it like to get rich?
잡스:
흥미롭군요. 저는 23살 때 재산이 10억 원을 넘었고, 24살 때는 100억 원을, 25살 때는 1,000억 원을 넘었습니다.
It's very interesting. I was worth about over a million dollars when I was 23, over 10 million dollars when I was 24, and 100 million dollars when I was 25.
하지만 돈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위해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It wasn't that important because I never did it for the money.
물론 돈은 멋진 것이죠. 돈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 주며, 단기적인 수익이 없는 아이디어에도 투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I think money is a wonderful thing because it enables you to do things. It enables you to invest in ideas that don't have a short-term payback and things like that.
그러나 제 인생의 그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But especially at that point in my life, it was not the most important thing.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사람들, 우리가 만들고 있던 제품들이었고, 사람들이 이러한 제품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was the company, the people, the products we were making, and what we were going to enable people to do with these products.
그래서 저는 돈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So I didn't think about it a great deal.
그리고 저는 주식을 단 한 주도 판 적이 없습니다. 회사가 장기적으로 잘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You know, I never sold any stock and just really believed that the company would do very well over the long term.
돈은 필요한 것이지만,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잡스는 애플을 누구보다 멋지고 위대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 잡스가 돈만 좇았다면 애플은 그와 같이 혁신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운영하거나 제품을 만들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제품은 돈 값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DNA에 돈이라는 단어는 남아있지 않듯이, 우리 역시 돈이 필요할지라도 돈을 좇는 삶이 아니라, 가진 돈에서 안분지족 하며 현재에 집중하며 가족과 친구 등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돈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우리의 영혼을 빼앗기지 않도록 말입니다.
갖고 싶고 사고 싶고 해주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우리의 예산 범위 내에서 참을 수 있는 인내를 가지길,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 돈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