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1
상대성 이론은 돌파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심각하고 깊은 옛 이론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다.
- 아인슈타인, 물리학의 진화 中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인터뷰에 의하면,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신대륙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떠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확신을 가지고 뛰어드는 사람은 미친 사람 밖에 없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신대륙으로 가는 길은 늑대도 있고,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죠. 우연히 신대륙으로 향하더라도 이러한 장애물들에 의해서 따뜻한 구대륙으로 다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구대륙에서 행했던 숱한 방황과 노가다라고 불리는 시간의 축적을 통해서 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내가 찾는 것이 여기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신대륙으로 떠납니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야생 동물들이 목숨을 위협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그들은 다시 구대륙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대륙에는 그들이 찾는 것이 없다는 것을 숱한 시도를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짠 하고 한 번에 상대성이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 새로운 학문인 전자기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전자기학이 기존 뉴튼의 운동법칙과 어긋나는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200년이나 넘은 뉴튼의 이론이 틀릴 리 없다고 생각하고 전자기학에서 오류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자기학의 계산은 늘 정확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가설은 뉴튼의 운동법칙이 틀렸다는 점입니다. 구대륙에 해당하는 기존의 뉴튼 법칙을 벗어나 아인슈타인은 신대륙으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아인슈타인은 구대륙에 더 이상 정답이 존재하지 않음을 여러 시도로 알았기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신대륙, 상대성이론(theory of relativity)인 것입니다
변호사가 되어 회사에 막 입사하였을 때, 사실 그전부터 막연히 주식으로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해보다가 잘 안되니 전문가에게 배웠습니다. 6개월 남짓 배웠는데, 평소에 좋아했던 테슬라 주식이 10배 이상 올랐습니다. 테슬라 주식을 놓친 것에 마음이 쓰린 한편, 퇴근하고 새벽에 일어나 주식 공부를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가 찾아왔고 주식을 하지 않은 사이에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코인이며 난리가 났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그 전문가를 찾아가 배웠습니다. 역시나 6개월 정도 배웠는데 운이 없어서 인지, 주식이 맞지 않아서인지 장은 안 좋고 손실만 났습니다. 그래서 또 그만두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란 글도 쓰고, 돈에 욕심내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은 줄 알았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낮은 이자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생아대출을 기대했지만 소득기준에 막혀서 집을 살 수 없었습니다. 월급은 생활비와 이곳저곳에서 떼가는 수많은 세금으로 인해 늘 적자였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은 회사만 열심히 다녀서, 월급만 받아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부도 찾으려 하였더니 오히려 현재의 회사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 일에서 부를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 다르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소속감을 주는 정도일 뿐입니다. 월급에서 부를 찾는다면 그것은 사막에서 신기루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구대륙에서도 부를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다녔습니다.
2009년 개봉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 3 Idiots>는 인도공과대학의 세 친구 이야기입니다. 그중 란초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친구들을 도울 정도로 정의로운면서도, 기존의 암기식 교육방식에 저항하고자 공과대학장과 대결하는 등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금수저이며 천재이자 이상한 녀석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30여 년이 지난 후 친구들은 란초를 찾아갔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란초는 금수저가 아닌 낮은 신분으로 귀족 신분의 자녀를 대신하여 입학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의 성격답게 기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대학생 때는 알이즈웰(All is well)을 외치며 사건을 자유분방하게 해결하는 란초와 같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스티브잡스가 말하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를 마음 깊이 새기며 언젠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하는 일의 가치와 부의 축적이 일치하지 않는 완전 자본주의 시대에서 아등바등하는 회사원이었습니다. 회사일은 대충 하면서 부동산 투자, 주식에, 코인에 열심히였던 사람들은 어마 어마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그렇지 않고 회사일만 열심히 한 사람은 집조차 살 수 없는 세상인 것이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것. 나의 업과 부가 일치하는 것. 그것은 극히 일부의 천재적이고 운이 좋은 사람에게만 주어진 선물 같은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나의 능력에 대한 오만함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부는 따라올 것이라는 헛된 믿음과, 잔뜩 겁을 먹은 강아지 마냥 주식시장에서 작은 실패에 대한 감정적 회피로서 자본주의를 외면한 어리석음이 비로소 현재의 불만족과 불안을 만들어 냈습니다.
최근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이 오르는데 이렇게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개업을 해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하나. 그러다 보니 결국 회사에서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한번, 아니 두 번이나 실패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그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주식 어플을 설치하고도 열기가 두려웠습니다. 마치 힘겹게 닫았던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구대륙에서 아무리 찾아도 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평생 전세나 전전하며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본 없이 살아가야 할 판이었습니다.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드려고 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회사일만 열심히 한다고 하여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구대륙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기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구대륙의 밖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구대륙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했던 입바른 말들이 가식처럼 느껴질까 봐 두렵기도 하지만, 그 글들은 저의 간절한 진심을 담았음을 이해해 주기를, 결국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