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2
스티브잡스나 일런머스크와 같은 사람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었기에 나는 실패했고, 그들은 성공했을까?
그들에게는 아주 천재적인 지능이 있었을까?
그들에게는 미래를 보는 뛰어난 선구안이 있었을까?
최근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이세돌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세돌은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 우리에게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그 기회를 놓쳤다고 했습니다.
2016년 알파고가 처음 나왔을 때,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인간을 이김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하였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 이후 바둑계가, 더 나아가서는 인간계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고 대비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세돌은 2022년 chatGPT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세상은 재미있는 게 나왔지만 거짓말(hallucination)을 많이 하니 쓸모가 없겠네 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현재의 기술 수준만 볼뿐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지를 보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2025년 현재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엎어 버렸습니다. 일하는 방식, 사고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이 cha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위대하다는 것을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2019년 1월 알파고가 알파스타로 종목을 바꾸어 "스타크래프트 2"로 무려 프로게이머에게 10대 1로 압승을 하였습니다. 이때 바둑보다 더 복잡한 전략시물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인간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것을 보며 드디어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관련 주식도 사고 나름 대비를 하였지만, 2019년에는 아무도 인공지능에 관심이 없었고 저 혼자 요란을 떠는 해프닝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기회는 많았으나 그 기회를 모두 잡지 못했습니다.
미래를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거나, 머리가 나빠서라는 단순한 원인만으로는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인생을 반추해 보니, 최근 들어 실패의 원인은 결국 "배짱"의 결여였던 게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배짱은 반항심, 깡, 똘끼와 같은 단어들과 어울려 다닙니다. 의미적으로는 리스크를 이해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세상과 맞서는 자세입니다.
저는 늘 완벽한 상황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리스크를 전혀 짊어지지 않는 선택을 해왔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나의 선택에 리스크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배짱이 없었던 것이지요. 리스크가 없으니 성공과 같이 돌아오는 보상도 없었습니다.
애플의 CEO 팀쿡(Timothy Donald Cook)이 트럼프 앞에서 투자 발표를 하며 손을 벌벌 떠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의 최고경영자도 트럼프 앞에서는 잔뜩 긴장한 모양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테슬라의 CEO인 일런 머스크(Elon Musk)는 트럼프와 날을 세우며 당당하게 그와 싸웠습니다. 일런은 전혀 기죽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서슴없이 미국의 최고 권력자에게 하였고, 아메리카당 창당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배짱을 부릴 줄 아는 일런은 그 배짱에 비례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배짱이 있었습니다. 조용하거나 얌전한 사람일지라도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배짱을 부리며, 리스크를 감내했고, 그 리스크가 커다란 성공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너무 안일하고, 안전하게만 살아왔습니다.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은 가장 안전했지만, 그 이상의 보상도 없습니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에 리스크는 없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의 대표인 A 친구에게 어느 날 B 친구가 고민상담을 해왔습니다.
자신이 스타트업을 시작할 건데 C에게 전업으로 일을 맡기고, 자신은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제공할 것이라고.
일응 리스크를 분산하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스타트업 대표인 A 친구는 이러한 구조는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모든 것을 걸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게 스타트업인데, 회사를 다니면서 스타트업을 하는 B는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스타트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참 아이러니한 게,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며 안정적인 길만을 갔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 반대입니다. 돈은 풍족하지 않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한 직장인이 되었고, 지나온 인생에 있어서도 만족스럽지 못하였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길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었습니다.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이 안개로 자욱해 길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앞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그 끝에 아무것도 없다 해도 자신의 안목과 선택을 믿고 묵묵히 나아갔다는 만족감과 더해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짱"을 부려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순종적이고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는 자세가 아니라, 언제든 타인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무소의 뿔처럼 밀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러한 배짱, 깡 및 반항심을 길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