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종주 완주가 가능한 이유
최근 접이식 미니벨로 자전거를 구입하여 출퇴근을 하다 보니 어느덧 밟은 만큼 나아가는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자전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레 '자전거 국토종주'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국토종주란 인천 아라서해갑문을 시작으로 부산 낙동강 하구둑까지 633km를 달리는 코스입니다.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며 지나온 길 곳곳에 배치된 인증센터에서 모든 도장을 찍으면 국가로부터 공식적으로 국토종주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난히 눈에 띄던 국토종주 영상은 감성으로 유명한 영국의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을 타고 여행하는 영상이었습니다.
미니벨로는 귀여운 모습과는 다르게 작아진 바퀴만큼 한 번의 페달링에 나아갈 수 있는 거리가 더 작기 때문에 로드 자전거나 MTB 자전거에 비해서 장거리를 여행하려면 더 많이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633km나 되는 거리를 그것도 미니벨로를 타고 완주할 수 있었을까요?
적어도 하루에 100km가 넘는 거리를 5~6일 동안 자전거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이들이 완수할 수 있었을까요?
열정·끈기와 같은 단어가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자전거 국토종주의 최종 목적지인 낙동강 하구둑까지 매 20~30km마다 도장을 찍어 인증할 수 있는 센터가 곳곳에 있는 덕분일 것입니다. 현재와 멀리 떨어진 단 하나의 목적만을 보고 나아간다면 목적지 도착 전까지는 어떠한 보상도 없을 것입니다. 단, 하나의 보상만을 보고 달려가는 것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여 목적지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찾아올 것이며,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인증센터까지는 조금만 노력하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인증센터에 도착해 인증 도장을 획득하면서 작은 보상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그 힘을 원동력으로 다시 다음 인증센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 둘 인증센터를 지나오면 어느덧 국토종주의 종착지인 마지막 인증센터까지 다다를 수 있는 것이지요.
저 역시 한 번에 대박이 나거나 성공하는 그런 삶을 꿈꾸면서 너무 먼 목표만을 고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성공은 로또와 같이 단 번에 대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무 멀리 있는 목표를 단 번에 이루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것이 부든 명예든 혹은 지식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먼 미래의 목표는 그곳에 닿기 위한 여정의 무게만큼 스스로를 짓누릅니다. 성공한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 갭이 너무 커서 현재의 나에게 만족하지 못하여, 현재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너무 멀리 있는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물론, 어린 나이에 로또와 같이 큰 성공을 단번에 이루는 사람도 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Elon Musk),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 토스의 이승건, 해시드의 김서준 등입니다.
로또의 1층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입니다. 확률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늘 로또복권의 1등 당첨자는 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위 인물들은 뛰어난 역량, 시대적 흐름, 사회적 필요성 및 기술발전 수준 등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로또와 같은 확률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처럼 될 수 없다는 말이겠지요.
여기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HBR)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립 후 첫 5년 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상위 0.1% 기업의 창업가 연령은 평균 만 45세. 마찬가지로 기업공개(IPO) 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우뚝 선 스타트업 창업가의 연령 역시 40대 중반으로 나타났다. HBR은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일한 창업자는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이 85% 높다”며 “특출 난 창업가는 매우 젊은 나이에 성공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나이가 들면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40대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추측해보면 그때까지 관련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고, 사람과 사회를 배우는 등 열심히 성공을 위한 작은 요소들을 하나씩 쌓아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절대 닿을 것 같지 않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조급해하며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고 불명확한 미래의 헛된 행복과 성공만을 바라보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는 순간입니다.
인생은 작은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쌓아가는 것입니다.
자전거 국토종주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종 목적지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의 인증센터 하나에 집중하는 것처럼 최종 목적지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작은 성공과 경험에 집중하고, 또 다음 목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작은 한걸음이 쌓이고, 또 쌓이다 보면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