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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Aug 12. 2023

헬스장 환불에 대한 잘못된 정보

계약서 꼼꼼히 읽고 서명하기

대학생 때 학교 근처에 헬스장이 새로 오픈할 예정이라며 선오픈 기념으로 할인해 준다는 말에 혹하여 헬스장 이용 계약서에 덜컥 사인한 적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동선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헬스장이 너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헬스장에 가서 환불을 요구하니 계약금액의 10%를 제외하고 환불해 준다고 하였습니다.

헬스장 오픈 전이라 단 하루도 이용하지도 않았고, 계약서 서명 후 다음날 바로 환불을 해달라고 하였으니 헬스장은 손해 본 것도 없을 것인데, 10%나 손해 보는 보고 환불해 주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여 실랑이를 벌인적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10% 위약금을 제한 금액만 환불을 받았지요.




그런데 지금 변호사가 되고 나서 이 일을 회상해 보니, 헬스 대응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민법의 대원칙 중 하나가 '계약자유의 원칙'입니다. 

교과서에 따르면, 계약자유의 원칙이란 개인이 독립된 자율적 인격을 가진 권리주체로서 타인과의 법적 생활을 영위해 나감에 있어서 법의 제한에 부딪치지 않는 한, 계약에 의한 법률관계의 형성은 완전히 각자의 자유에 맡겨지며 국가와 법도 그러한 자유의 결과를 될 수 있는 대로 승인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법에서 금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계약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한 계약을 서로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한 사회는 사기꾼이 판치는 신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담시티 같은 곳이 되겠지요.


법은 계약에 강제력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아래 조항등을 근거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계약을 강제이행하거나,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합니다.


민법 제389조(강제이행) 

① 채무자가 임의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강제이행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강제이행을 하지 못할 것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작은 헬스장(PT샵)을 운영하는 친구가 법원으로부터 소장(이행권고결정)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게 자문을 요청하였습니다.


50회 PT 강습 계약을 체결한 고객이 이직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했고, 친구는 계약서에 적힌 대로 10% 위약금과 이미 PT 받은 금액은 1회를 이용하였을 때의 비용으로 계산한 금액을 공제하고 환불해 준다고 하였는데, 분쟁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친구의 연락을 받고 인터넷에 헬스장 환불 관련해서 검색을 해보니, 소비자원에 신고하면 된다거나 법원에 지급명령 또는 소액사건심판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은 대체로 절차적인 구제방법에 불과하였습니다. 계약을 이미 체결해 버린 상황이라면 법원은 그 계약서의 내용대로 판결을 내릴 뿐이므로 진정한 구체방법이 될 수 없겠지요.


친구의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친구와 고객이 체결한 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i) 개인 트레이닝 계약 후 회원 사정으로 해지 요청 시 총 회비 합계금액의 10%에 상당한 중도해지 수수료를 차감합니다.

ii) 할인에 의한 계약은 환불 시 정상금액으로 계산됩니다. 1회 PT 비용의 정상금액은 8만 원입니다.

iii) 본인은 위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으며 이에 동의합니다.  서명:_______


그래서 친구에게는 "소비자가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격할인 혜택을 제공받고, 소비자의 사정에 의하여 중도해지할 경우 이용대금의 산정기준에 있어서,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이용대금을 정산한다고 미리 약정하였다면, 소비자가 중도 해지 시 사업자는 이용대금을 정상가격 기준으로 정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그 근거로서 i) 계약서의 계약대금의 10%에 해당하는 해약금 규정, ii) 환불 시 정상금액으로 계산된다는 계약의 내용, iii)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설명의무를 다하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고객의 서명 등을 제시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친구의 사건은 진행 중이기에 본 사건과 유사한 판결(수원지방법원 2021. 11. 12. 선고 2021나70332 판결)에서 헬스장 고객이 패소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고는 1년간 헬스장 이용권을 33만 원에 구입하였는데, 187일만 헬스장을 이용하고 환불을 요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판단은 ① 피고가 운영하는 헬스장의 '회원권 및 PT회원 이용약관'에는, 회원권 개시일 이후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 이용일수에 대하여 정상요금(월 80,000원)을 적용한 금액에 위약금 10%를 가산하고, 카드 수수료 및 부가세 10%를 추가 공제하게 되어 있는 사실, ② 피고의 헬스장 이용약관에 따라 이 사건 이용권 구입대금 330,000원에서 이용일수에 대한 정상요금 480,000원(=80,000원 x 6개월)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이용권 구입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헬스장 이용약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이용권은 1년분 헬스장 이용료를 선급하는 대신 정상요금보다 할인된 가격에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으로 헬스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위와 같은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별다른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을 것이므로 친구에게 소송을 낸 사람의 절실한 마음도 제가 그 일을 겪어봤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되었고, PT샵을 운영하는 친구도 계약과는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환불해주고 싶지만 형편이 녹록지 않아서 그러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들으니, 양 측 모두의 사정이 안타까웠습니다.


결국에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 모두 주의를 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계약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볼 것

쓸데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나의 돈을 지키고, 소송 등 불필요한 사건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계약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를 읽어보다가 위약금 조항, 정상가격으로 환불해 준다는 조항 등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나에게 불리한 조항에 대해서는 당당히 수정을 요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계약의 내용입니다. 계약을 불리하게 체결하면 법적 구제절차를 거친다 한들 쉽사리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법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행위의 무게를 느끼고 계약서 서명에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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