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길까

by Roo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인데도 저스틴 비버나 테일러 스위프트만큼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 국가 공휴일 선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신발의 모델명에 비롯된 사람이라든지, 어떤 삶을 살고 성격은 어땠는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모르는데 직접 만나 짧은 추억을 남겼던 이들보다 머릿속에 깊숙하게 남아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중에는 자신의 이름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이름으로 건물을 짓거나 기업을 만들거나, 조금 더 고차원적인 접근을 한다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다.


죽어서까지 이름을 남기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난 죽어서까지 내 이름을 기억시키고 싶진 않다. 굳이 존재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면 어떠한 사람으로 남기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좋아하는 음식, 취미, 습관, 장점 등등 말이다. 이미 죽어서 없어질 존재지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좋은 포장지를 두르고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같은 수순을 거칠 때 천천히,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모습도 마음에 든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한 사람들은 프레디 머큐리가 어떤 노래를 불렀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만, 그와 식사를 하며 좋아하는 음악이나 즐겨 보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은 없다. 아마 마이클 조던이 죽은 이후에도 이와 같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영향을 끼친 위대한 사람임은 틀림없지만 살아가며 이뤄야 할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그렇다.


이왕이면 이름보단 미련을 남기고 싶다. 신발에 새겨진 나의 이름이 모델명인지 사람 이름인지 모르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적당한 영향을 끼쳐 '그런 사람이었다'하며 기억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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