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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한다는 것

김애란, <바깥의 여름>을 읽고

by 연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온도를 지니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삶은 한없이 추운 겨울이며, 다른 누군가의 삶은 따뜻함으로 가득한 봄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무의식 중에 ‘나’를 기준으로 안과 밖을 구분하게 된다. 자신의 안쪽에는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나 자신의 삶이, 자신의 바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살아가는 세상이 존재한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이 담아내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삶의 이분법적 단면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설 속 인물들의 ‘안’은 독자에게는 또 다른 ‘바깥’이 된다는 점이다. 독자는 소설 속 인물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 놓였다고 상상하게 되고 그 인물의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처럼 공감은 스스로의 ‘안’에서 벗어나 ‘바깥’을 마주하고, 타인의 ‘안’을 들여다보며 그 사람을 이해하는 행위이다.

<바깥은 여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실이라는 경험을 통해 고통이라는 감정과 마주한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매우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감정이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입동>),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현재의 빈곤함이(<건너편>),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이(<가리는 손>) 그들을 더욱 아프고 힘들게 한다. 독자는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 묘사를 텍스트로 접하게 되고, 이는 독자의 ‘바깥’에 존재했던 인물들을 자신의 ‘안’으로 데려오게 한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 그 인물들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들에게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공감의 가능성은 나의 ‘안’과 ‘밖’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다른 상황과 생각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공감이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의 이면에는, 과연 타인에 대한 완전하고 진정한 이해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서로 다른 가치관과 감정을 갖고 살아간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상황과 내밀한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공감은 타인의 상황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을 상상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상상이란 것은 그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과 엄연히 다르다. 즉 공감은 자신과 타인을 연결해줄 수는 있지만, 자신과 타인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완벽히 좁힐 수는 없다.


<건너편>에는 이러한 공감의 한계가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이 작품은 서로의 삶이 변화하면서 점점 멀어져 가고, 결국에는 이별을 맞이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도화와,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회사에서 일하지만 미련으로 인해 몰래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수의 사이에는 일종의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나누어보지만, 결국 도화는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115쪽)”라고 말하며 이별을 통보한다. 이처럼 인간은 상호소통과 경청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지만, 그것이 상대에 대한 완전한 공감과 이해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 내면의 본연적인 불완전성과 개별성에 기인한다.

공감은 타인에 대한 이해로 향하는 경로를 안내해주지만, 그러한 이해는 때론 불완전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가 공감이 갖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사회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공감은 개인의 안과 바깥을 이어주는 실마리가 된다. <바깥은 여름>의 표지에는 문을 열고 어딘가로 향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여성이 문의 안으로 들어가는지, 밖으로 들어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문을 열고 안에서 밖으로, 또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시도는 공동체 속에서 인간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우리는 공감이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되, 서로의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을 이루려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에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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