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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심 위에 쌓아 올린 호기심

'최성운의 사고실험'을 보고

by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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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터뷰를 만나는 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나는 평소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종종 보석같이 반짝이는 말들을 찾을 때가 있다. 그런 문장들을 볼 때면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곤 한다. 심심할 때면 그렇게 모아둔 문장의 기록을 하나씩 읽어보기도 한다.


인터뷰라는 장르는 무척 매력적이다. 각자의 고유한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은 큰 즐거움을 준다.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관점을 엿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섬세하게 정제되지 않은, 조금은 날것의 느낌이 묻어나오는 말들이 좋다. 그래서 나는 영상이든 글이든 인터뷰를 소재로 한 여러 콘텐츠를 즐겨 본다. 글에 있어서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와 <일간 이슬아>, 영상에 있어서는 <유 퀴즈 온 더 블록>(tvN), <대화의 희열>(KBS), <오지 않은 당신을 기다리며>(빠더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보고 있는 인터뷰 콘텐츠는 <최성운의 사고실험>이라는 시리즈다. 처음 이 시리즈를 알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평소 결이 맞다고 생각해 팔로우하고 있던 한 마케터님의 스토리에서 이 시리즈의 캡처본을 본 것이었다. 내가 처음 꽂혔던 지점은 조금 특이하게도 인터뷰 영상의 구도였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철저히 인터뷰이 한 명에게 집중된 화면만을 보여준다, 인터뷰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만 주목한 결과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서로 테이블에서 마주본 채 대화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었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대화’라는 인터뷰의 본질에 집중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른 누군가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엿보는 느낌.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좋았다.


질문과 답변의 내용도 좋았다. 최성운 PD는 인터뷰어 이전의 한 명의 ‘팬’처럼 인터뷰를 진행한다. 존경하던 대상을 만난 팬의 모습처럼, 약간의 수줍음을 담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넨다. 팬의 시선에서 접근했기에 상투적인 질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구체적이며 고유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이란 ‘존경심 위에 쌓아 올린 호기심’의 표현이다. 누군가를 깊이 있게 좋아하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그 마음에서 진정성 있는 질문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물 흐르듯 좋은 답변으로 이어진다. 좋은 답변에는 좋은 질문이 전제된다. 좋은 대화에는 좋은 태도가 전제된다. 내가 찾던 이상적인 인터뷰의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고유한 시선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 시선들에 담겨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나는 평소 좋은 삶을 위한 ‘태도’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데, 태도에 대한 출연진들의 관점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태도는 머릿속의 생각이나 입에서 나오는 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좋은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 그 태도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까? 좋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된다.”(사고실험 ‘이동진’ 인터뷰 중) 그러고 보면, 최성운 PD는 호기심이라는 태도를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겼고, ‘사고실험’은 그 태도를 행동으로 구현해 낸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다 써가는 지금 생각해 본다. 왜 ‘사고실험’이라는 제목이어야 했을까? 타인의 내면(사고)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일을 ‘실험’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의미에 빗대어 본다면, 우리의 삶은 무수히 연속적인 사고실험의 과정이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세계를 나라는 작은 울타리에만 가두어두는 것은 결국 성장의 기회를 뺏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세계 속을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존경심 위에 쌓아 올린 호기심’을 삶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사람들을 존경하고 싶고, 궁금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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