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한다는 것에 대하여
글을 쓰다 보면 나는 자주 부끄러워진다. 머릿속의 감정을 풀어내려니 문장이 쉽게 써지지 않는다. 떠올린 단어들은 생각보다 부정확하다. 막상 써낸 생각들은 어딘가 어색하고 부실해보인다. 글쓰기는 늘 스스로의 한계와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만족스러운 글보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글들이 10배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쓰기로 한 이유가 있다. 당장 어렵고, 만족스럽지 않다고 쓰기를 멈춘다면, 아무것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결과물도 각자의 의미가 있다. 매듭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완벽주의는 지속의 가장 큰 적이다. 그래서 부족하더라도 한 편의 글을 만들어본다.
지속은 늘 내가 가장 어려워하던 것이었다. 나는 쉽게 시작해 쉽게 질렸다. 관심사는 넓었지만, 충분한 깊이를 만들기 전에 다음 관심가는 것들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꾸준히, 습관처럼, 매일매일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계속하기보다는 포기하기가 익숙했다. 내적으로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할 때도 많았다. 기준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끈을 놓았다. 부족한 나를 직면하기보다 회피하기 바빴다.
지속이라고 하면 늘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가수 윤종신은 2010년부터 매월 빠짐없이 곡을 발매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5년의 행보에 그의 꾸준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터뷰에서 본 그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자기 (과거) 작품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똥, 창작적 배설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저는 앞으로 할 게 훨씬 중요해요. 그건 보석이죠."(중앙일보 인터뷰 중) 그 역시 모든 곡들에 동일한 크기로 만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딘가 아쉬워도, 마감이 있기에 매듭지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일정한 순간에 적당히 마무리하고 다음 장면으로 발을 옮기는 것, 그것이 지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이, 사실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적당히 힘을 빼야 오래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힘을 빼고 싶다고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기질에 가깝다. 그래서 '마감'이라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마감이란, 그 시간이 지난 뒤에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다음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윤종신도 '월간'이라는 마감의 단위를 두었다. 한 달이 다 지나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마무리지어야 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어딘가 끊기는 흐름이, 어색한 문장들이, 계속 신경쓰인다. 생각해 둔 뉘앙스가 글에 온전히 담기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마지막 문장을 써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매듭지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이 완성의 경험을 만든다. 욕심을 내려놓고, 부족한 지금까지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매일 쓰는 일은, 스스로 욕심을 내려놓기 위한 조용한 의식과도 같다. 무언가를 매듭지을 아주 작은 용기를 매일 내는 일이다. 그 용기들로 다음 날을 견뎌낼 작은 힘을, 아주 약간은 얻을 수 있으리라고 희망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