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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을 세워가는 법

무수한 인풋들 속에서 나를 지킨다는 것

by 연휴


누구나 좋은 삶을 원한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세상에는 다행히 이 질문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정보들이 많다. 좋은 책, 좋은 인터뷰, 좋은 문학작품들이 넘쳐난다. 오늘날 우리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타인의 훌륭한 생각들을 쉽게,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에 노출되다보면, 막상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세우고 정리하기 어려워진다. 인풋은 계속해서 쏟아지는데, 막상 천천히 소화할 시간은 부족하다. 타인의 생각들에 파묻히기 너무나도 쉬운 시대이다. 그 생각들을 차분히 이해해보고, 정말 타당한지 살펴보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보고, 좋은 것들은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들은 점점 희미해진다.


물론, ‘타인의 생각’을 찾아보고 습득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생각’을 정립해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주객이 전도될 때가 많다. 스스로 생각을 다듬으려는 고민 없이, 계속해서 외부의 것들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다. 새롭게 많은 것을 습득하는만큼 일시적인 충족감은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운데가 비어진, 구멍 뚫린 충족감이다. 실제로 성장했는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오늘날의 자기계발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한 자기계발은 반드시 치열한 자기성찰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자기계발서 한 권을 읽었다면,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만족감은 위험하다. 성장했다는 착각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대신, 그 다음 자기계발서를 찾도록 유도할 것이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것을, 눈 앞의 현실을 직면하는 것을 철저히 회피한 채 말이다.


결국 무엇을 하든, 생각의 주어는 ‘나’로 종착되어야 한다. 좋은 책을 읽는 행위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좋은 인터뷰를 보았다면, 그 끝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다면 충분히 소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들이 쌓여 굳건한 자기만의 기준이 생겨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건물처럼 튼튼하다. 바깥의 세찬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고유한 나를 만들어간다는 건 그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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