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
여행을 다닐 때마다 집에 돌아가면 내 물건을 모두 버려야겠다고 생각한다. 7년 동안 살고 있는 나의 집은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원룸이다. 7년 동안 차곡차곡 아니 사실 여기저기에 쑤셔 넣고 밀어 넣으며 축적해온 물건이 가득한 방이다. 반면 여행을 와서 숙소를 한번 쑥 둘러보면 텅 빈 옷장, 책 한 권 꽂혀있지 않는 책장, 일상을 채우는 자질구레한 것들이 없는 공간들이 나를 반기고 있다는 것이 쾌적하기만 하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유롭고 편한 이유가 익숙해진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호텔이나 펜션에서의 첫날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수도꼭지의 레버를 위로 올리는 건지 현관 조명의 스위치는 어느 쪽에 있는 건지, 침대 옆에 있는 휴지가 익숙하지 않아 몇 번이나 일어나고, 무심코 걸었던 옷걸이가 계속 떨어져서 옷을 걸 곳을 찾는 일들을 떠올려보면 묘하게 불편한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것들 또한 여행기간 내에 손에 익고 작은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바꾸다 보면 옅게나마 나의 느낌이 나는 방이 된다. 그렇게 변한 방이 익숙해질 때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너무나 아쉽기만 한데, 집에 돌아가는 순간 7년 동안 내가 축적해온 삶의 방식이 반겨준다. 하지만 그 또한 너무 많은 물건들 속에서 조금 지나면 답답함으로 변하게 되고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난다. 어쩌면 삶이란 약간의 불편을 견디며 언제든 나만의 방식으로 채울 수 있는 여백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2년 11월 23일 수요일 후쿠오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