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이유? 내가 좋아하니까
매년 12월이 되면 사용하고 있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결산 안내서를 보내온다. 올해 가장 많이 들은 가수는 누구이고, 어떤 곡을 많이 들었으며, 올해의 총 몇 분을 음악을 들으면서 보냈는지를 말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지니 뮤직을 사용해었다. 20살 초반부터 짧으면 5년에서 길면 7년 정도였다. 지니 뮤직에서는 매년 정산 같은걸 보내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다 나의 음악 취향을 정리해 놓은 섹션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너무나 놀랐던 건 가장 많이 들은 가수 1위가 넬이었다는 것이었다. 넬의 음악을 좋아하고 가능하면 매년 공연을 빠지지 않고 다니지만, 가장 많이 들은 가수로 다른 가수들이 넘보지 못할 정도의 순위로 올라와있는 것이 의아했다. 넬의 노래는 주로 우울할 때 찾아 듣곤 했는데, 내가 그토록 많이 우울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프리미엄을 가입하고 나서는 지니뮤직 정기결제를 취소하고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게 되었다. 유튜브 뮤직은 지니 뮤직보다 불편한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너드 커넥션'이라고 검색하면 안 나오는 곡들이 더러 있어서 'Nerd Connection'이라고 영문으로 바꿔서 검색을 해야 다는 것이나, 곡 상세정보에 가사가 나오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이중 지출을 막기 위해 꾸역꾸역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메일함에서 유튜브 뮤직에서 보낸 "2022 Recap: Relive your year in music"라는 제목의 메일 한통을 발견했다. 올해 나는 어떤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으면서 보냈나 내용을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올해 많이 들은 가수 1위는 너드 커넥션이었다.
너드커넥션을 알게 된 건 <원의 독백>이란 유튜버가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을 부르는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그 영상을 보고는 '이 유튜버는 노래까지 잘 부르는구나, 그나저나 노래가 참 좋다.'라는 생각을 한 뒤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듣게 되었다. 그 후 매일 한곡 반복으로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노래방에서 한번 불러보고는 메모장을 열어 노래 목록에 적어두었다. 노래 목록이란, 노래방에서 불러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익숙한 노래만 적어둔 것이었다.
그렇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너드 커넥션의 다른 곡들을 섭렵하다 보니, 올해의 가장 많이 들은 가수가 된 게 아닐까 싶다. 가장 많이 들은 가수가 넬이 아니라는 게 신선했지만 아마 인생 전체의 재생 수로 따져보면 넬이 여전히 1위가 아닐까 싶다.
2022년에 들은 음악을 정리한 정산서를 받으니, 2022년도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올해를 보내기 전에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넬의 연말 콘서트도 가고, 올해의 가수인 너드커넥션의 연말 콘서트를 다녀와야겠다. 나의 오래된 취향 속에 새로운 음악이 추가되어 2023년의 결산 음악은 더 나다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