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라하에 온 단 한가지 이유, 프란츠 카프카
지금은 프라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가 태어난 곳이자 평생을 살았던 도시. 오로지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이 여행은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땀을 줄줄 흘리며 계속 걸었다. 왜 혼자 여행하면 평소보다 많이 걷게 되는 걸까.
지금은 카프카를 비롯한 수많은 프라하 예술가들의 단골가게였다던 <카페 루브르>에 앉아 있다. 카페는 2층에 있었고 생각보다 되게 고급 진 분위기여서 약간 당황하긴 했다. 자리에 앉아있었는데도 웨이터가 오지를 않길래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얼마 뒤 친절한 웨이터 분이 와서 주문을 받아줬다. 그리곤 주문한 카푸치노를 거의 흡입하듯이 마시고 있다.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 왜 카프카가 단골이었는지 새삼 실감하는 중이다.
프라하, 특히 까를교 근처에 동양인이 그렇게 많다길래 대체 얼마나 많은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다. 그냥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뿐이다. 마치 이건 서울에서 익숙하게 보던 모습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독일 거리에 익숙해져 버려서 이 북적거림이 낯설기만 하다. 프라하는 모두가 사랑하는 명소였구나.
아까 아침부터 지하철 티켓 발급기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고, 가파른 프라하 성을 등산하는 바람에 땀을 잔뜩 빼서 기운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프라하 성 출입구도 제대로 못 찾아서 의도치 않게 정원까지 구경하다 나왔다. 물론 덕분에 탁 트인 프라하 전경을 볼 수 있었지만.
황금소로는 생각보다는 아담한 골목길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카프카 여동생의 집이었던 22번가 푸른 집이 눈에 띄었다. '카프카가 이곳에 살았다'라는 문구만 집 앞에 붙어있을 뿐, 내부는 아주 작았고 카프카의 책과 포스터, 기념품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카프카는 여동생의 집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카프카의 흔적은 거의 없었기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카프카의 책들이 있는 걸 보곤 결국 지갑을 열었다. 변신, 시골의사, 성, 심판 등 수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썼던 편지 모음집을 샀다. 250코루나였으니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을 사고 싶었으나 안 그래도 철학적이고 어려운 카프카 책을 영어로 읽기엔 아직 무리일 것 같았다. 계산대에 계신 아주머니가 고민하는 나를 보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기에 고민을 끝내고 책을 집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왠지 그냥 가기는 아쉬워 서성이고 있는 참에 한국 관광객분을 만났고,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왠지 사진도 남기지 않고 그냥 가면 좀 서운할 것만 같아서. 그리곤 존 레논 벽을 구경하기 위해 트램을 타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