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1.
현행법상 정원이 9명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1명 더 늘려서 10명으로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게 좀 사연이 있는데, 금감원이 불법적으로 10명의 부원장보(임원)를 운영하다가 2022년 5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어 1명을 국장급으로 내렸다. 이 법안은 그렇게 억울하게(?) 뺒긴 임원(부원장보) 자리를 합법적으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2024년 판 '백투더 퓨처'다. 금감원은 2022년 감사에서 유사직위 남발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거꾸로 '상'을 주는 법안이라...아니, 세상에 이런법이 어디있니?
2.
진보와 보수 색채가 분명한 두 개의 법안이 함께 발의되었다. 귀추가 주목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인데,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차등)적용에 대한 상반된 입장이다. 진보측 법안은, 현재 재량사항으로 되어있는 최저임금 구분적용 문구를 아예 삭제해서 단일 최저임금 적용을 확실히 못박자는 것이다. 보수측 법안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재량에 맡기지 말고 의무화해서 강제하자는 내용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국회는 이런 의제를 두고 밤새 토론하고 싸워야하지 않을까? 참고로 21대국회에서도 31건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단 1건도 통과되지 못하고 전량 폐기됐다. 오~올 킬.
3.
회사 다니는 분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는데, '대차대조표'라는 용어를 '재무상태표'로 바꾸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대차대조표는 일제의 잔재라고. 재무상태표가 국제회계기준에 맞는 용어라고. 사실 21대국회에서 이용우 의원(22대 이용우와 다른 분)이 대차대조표 용어 변경 법안을 (4일 동안)49건이나 무더기로 발의했는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그 중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을 그냥 그대로 다시 제출한 것이다.(모를줄 알았지?) 아무튼 이게 소위 무림의 고수들이 법안을 왕창 발의할 때 즐겨쓴다는 'Ctrl+C / V' 권법이다.
4.
제헌절이 지났다. 22대 국회에서 제헌절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자는 법안이 3건 발의되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먼저 발의된 법안과 문구가 똑같으면 국회 의안과에 접수가 안된다. 한 글자라도 달라야 접수할 수 있다. 제헌절 공휴일 법안을 발의(접수)하기 위해 먼저 발의된 법안과 어떻게 다른 표현을 쓸까? 재미있으면서도 애처롭고 눈물겹다. 차라리 그 정성으로 다른일을 좀 해보지 그러니?
5.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게 있다.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등을 다루는 법률이다. 22대 국회 들어와 이 법의 개정안이 무려 38건이나 발의되었다.(아마 단일법 기준으로 최다발의?)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오십보 백보'다. 예를 들어서 현행법 상 10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를 14일, 15일, 20일, 30일로 늘리자는 식이다. 국회의원들은 왜 이렇게 숫자에 집착하는 것일까? 법안 심의는 4지 선다형 객관식이 아니거늘...
6.
결혼하면 국가가 300만원을 축의금으로 주는 법안도 발의됐다. 물론 현금으로 주는 것은 아니다.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이름하여 '결혼 특별세액공제'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다 주는 것도 아니다. 일정 소득(급여) 이하인 사람만 해당된다. 그런데 잠깐만...결혼을 앞둔 청년들 중에 돌려받을 세금이 300만원이나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7.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배일까? 아닐까?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다. 그래서 세금도 붙지 않고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무슨 홍길동 아부지도 아닌 것이, 담배를 담배라 부르지 못한다. 이런 법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실 이 법안은 21대에서도 발의되었는데 결국 폐기됐다. 왜? 기재부가 반대했기 때문에. 다른 이유는 없다. 예전에 어떤 총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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