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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Jan 03. 2019

메리 포핀스 리턴즈

그녀가 돌아왔다! (두근두근)

 줄리 앤드류스의 메리 포핀스는 에밀리 블런트의 메리 포핀스가 되어, 화려한 카메오와 조연들과 함께 우산을 타고 (사실 이번엔 연을 타고) 돌아왔다!

이 나이 되어 메리 포핀스 좋아한다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2018년 산 메리 포핀스는 1964년 산 메리 포핀스 못지않게 걸작이다. 디즈니는 클래식한 애니메이션을  잊지 않았고, 뮤지컬은 클래식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1964년에 만들어졌던 캐릭터를 2019년에 재현하다 보면 급하게 세련되고 싶어 할 만도 한데 그런 욕심을 내지 않아서 더욱 세련된 뮤지컬 영화가 되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원작을 따라가서 싫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 차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1964년 작에서 버트 역을 맡았던 반 다이크가 은행장으로 다시 나온다! 대박. 아흔한 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다. 영화관에서는 전혀 못 알아봤고 집에 와서 구글링 해보니 그가 그였다. (세상에나)

메리 포핀스의 (약간 이상한) 사촌으로는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 우와, 이상해도 멋있는 그녀.

<제시카의 인생극장>이라는 옛날 TV 드라마 여주인공인 앤젤라 랜즈베리가 마지막에 풍선 장수로 나온다. 모든 사람들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요술풍선 (그러나 악역인 (악역이지만 여전히 폭풍 멋짐 날려주시는) 콜린 퍼스만 빼놓고)에 행복하게 날아가는 사람들.


사실 이 마지막 장면, 모든 이들이 풍선을 타고 공중에서 행복한 춤을 추는 이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평하게 되었다. "Make things possible, even the impossible...!" 이 마법 같은 메리 포핀스의 말은 단단하게 굳어버린 아버지 마이클의 마음도 녹이고,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세 남매의 세상을 동화처럼 만들어버린다. 


세상이 이렇게 동화같을 수는 없겠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좋기는 하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이므로, 악역은 간단하고, 악역의 제거(?)도 별다른 갈등 없이 쉽게 해결된다. 디즈니스럽다고 할까. (비록 원작은 디즈니가 아니지만) 그러나 뭐 어떤가. 악역이 항상 힘들 필요는 없고, 이미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메리 포핀스같은 보모가 아이들을 훌륭하게 보호해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사는 한결 쉬워진다. 집이 은행에 넘어가는 그 어려운 시간을 아이들은 오히려 모험 가득한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할테니. 


로튼토마토의 신선도도 별로다. 77%에 그쳤다. 그러나 여전히 고전을 새롭게 내놓으며 신선도를 따지는 건 의미없다고 강력 주장 중이다.  아마도 나는 신선도도 뭐도 상관없이 이 각박한 세상 잠시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에 아주 만족했음이 틀림없다. 


런던을 가득채운 체리 블로섬의 만개가 아름답고, 체리 블로섬 사이로 풍선과 함께 춤을 추는 이들이 동화처럼 행복하다. 아,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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