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돌아왔다! (두근두근)
줄리 앤드류스의 메리 포핀스는 에밀리 블런트의 메리 포핀스가 되어, 화려한 카메오와 조연들과 함께 우산을 타고 (사실 이번엔 연을 타고) 돌아왔다!
이 나이 되어 메리 포핀스 좋아한다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2018년 산 메리 포핀스는 1964년 산 메리 포핀스 못지않게 걸작이다. 디즈니는 클래식한 애니메이션을 잊지 않았고, 뮤지컬은 클래식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1964년에 만들어졌던 캐릭터를 2019년에 재현하다 보면 급하게 세련되고 싶어 할 만도 한데 그런 욕심을 내지 않아서 더욱 세련된 뮤지컬 영화가 되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원작을 따라가서 싫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 차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1964년 작에서 버트 역을 맡았던 반 다이크가 은행장으로 다시 나온다! 대박. 아흔한 살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다. 영화관에서는 전혀 못 알아봤고 집에 와서 구글링 해보니 그가 그였다. (세상에나)
메리 포핀스의 (약간 이상한) 사촌으로는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 우와, 이상해도 멋있는 그녀.
<제시카의 인생극장>이라는 옛날 TV 드라마 여주인공인 앤젤라 랜즈베리가 마지막에 풍선 장수로 나온다. 모든 사람들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요술풍선 (그러나 악역인 (악역이지만 여전히 폭풍 멋짐 날려주시는) 콜린 퍼스만 빼놓고)에 행복하게 날아가는 사람들.
사실 이 마지막 장면, 모든 이들이 풍선을 타고 공중에서 행복한 춤을 추는 이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평하게 되었다. "Make things possible, even the impossible...!" 이 마법 같은 메리 포핀스의 말은 단단하게 굳어버린 아버지 마이클의 마음도 녹이고,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세 남매의 세상을 동화처럼 만들어버린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이므로, 악역은 간단하고, 악역의 제거(?)도 별다른 갈등 없이 쉽게 해결된다. 디즈니스럽다고 할까. (비록 원작은 디즈니가 아니지만) 그러나 뭐 어떤가. 악역이 항상 힘들 필요는 없고, 이미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메리 포핀스같은 보모가 아이들을 훌륭하게 보호해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사는 한결 쉬워진다. 집이 은행에 넘어가는 그 어려운 시간을 아이들은 오히려 모험 가득한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할테니.
로튼토마토의 신선도도 별로다. 77%에 그쳤다. 그러나 여전히 고전을 새롭게 내놓으며 신선도를 따지는 건 의미없다고 강력 주장 중이다. 아마도 나는 신선도도 뭐도 상관없이 이 각박한 세상 잠시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에 아주 만족했음이 틀림없다.
런던을 가득채운 체리 블로섬의 만개가 아름답고, 체리 블로섬 사이로 풍선과 함께 춤을 추는 이들이 동화처럼 행복하다. 아, 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