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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Apr 28. 2019



세상이 잠든 것 같은 조용한 밤, 

하늘의 별을 세듯 제 마음의 생각을 세어봅니다.

찰랑거리는 물결의 부딪힘 소리를 내며 차오르는 감정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니, 슬픔이 고요히 내는 소리였습니다.

슬픔이 눈물처럼 찰랑찰랑하며 마음을 채웁니다.

섬망처럼 떠오르는 사람의 뒷모습이, 나누었던 대화가, 함께 꿨던 꿈들이

슬픔에게 먹이를 주어 슬픔은 조금씩 그 부피를 더해갑니다.

흐르지 않는 눈물이 마음에서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걱정도 그 뒤를 따릅니다. 

어린 눈을 한 열일곱 살 강아지는 식욕을 잃어 

하루 종일 밥을 먹이고 심장약과, 위장약을 먹이는 것이 전쟁이나 다름없습니다.

결국 먹여야 하는 약을 다 먹이지 못한 오늘 밤, 

이 작은 체온에게 해줄 것이 없음에 

언니는 마음이 걱정으로 내려앉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다른 세상으로 퇴근한 것 같은 이 조용한 밤,

축축이 젖은 물기 있는 천을 들추듯,

조용한 공기가 숨구멍을 막고 천천히 조여옵니다. 


당신을 믿는 사람이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 적막한 침묵에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지 않다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쉬어집니다.

주여, 함께 잠시만 앉아있어 주소서.

이 여행의 객이 되어 말동무가 되어주소서.

사람 떠난 자리를 애곡 하는 저를,

꺼져가는 작은 등불의 불꽃이 애처로워 마음 졸이는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 여정에 함께 저와 함께 타박타박 걸어주소서.


삶은 눈물을 머금은 희극과도 같습니다.

무엇이 진실인가요.

손으로 더듬어 벽을 기대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에서,

당신이라는 등불이 있어주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잠시 당신 불 곁에 앉아 희미한 그림자를 마주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숨을 고르겠습니다.


삶이란, 당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라 합니다.

삶은 곧 당신이겠지요. 

이 모든 여정의 굽이굽이 정처 없이 일어나는 뽀얀 삶의 먼지 사이로,

당신의 임재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풍요로웠다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있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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