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알고, 진리를 이해하고
모든 집착 제거해 번뇌 버리면
세상을 바르게 유행하리라”
가끔 혼자 되뇌는 문장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는 길이 갑자기 고되게 느껴질 때, 고되다는 느낌에 서늘한 칼을 맞은 듯이 심장이 욱신거릴 때, 세상 혼자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혼자서 되뇌곤 한다. 가끔 뒤로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아니 머리보다는 감정을 지배할 때, 내가 가는 길이 갑자기 좁고 협소하게 느껴질 때, 그래도 이 길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도 우직하게 가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는 말이다.
내게 우직하라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혼자서라도 그렇게 걸어가라고, 그렇게 타이르는 훈계이다. 이 걸음의 다음은 또 다른 한 걸음이라고 상기시키는 가르침이다. 큰 뜀으로, 아주 큰 보폭으로 마치 저 멀리 어디엔가, 내가 원하는 그곳에 지금 당장 다다를 수 있다는 헛된 욕망이 주는 망상을 따르지 말라고 일러주는 어머니의 자장가이다. 내일이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바삐 쉬고 싶은 숨을 참고 천천히 명상하듯 느리고 깊게 숨을 쉬자고 말해주는 과거의 현자이다. 그러니 마치 무소의 뿔처럼, 조용히, 무던하게, 마치 세상 유행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현재에 충실하자고, 내게 읽어주는 노래이다.
사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인 줄은 모르고 그저 공지영 씨의 소설 제목인 줄만 알고 마치 만트라처럼 서늘한 순간을 통과할 때 되뇌던 문장이었는데, 오늘도 혼자 되뇌다 갑자기 무슨 뜻인 지나 제대로 알자 싶어 검색해봤더니 불교 경전의 한 구절이었다.
“교제하는 사람에게는 애정이 생긴다. 애정을 따라서 괴로움이 생긴다. 애정에서 일어난 위험을 보고서,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길을 알고, 진리를 이해하고 모든 집착 제거해 번뇌 버리면 세상을 바르게 유행하리라...
인도코뿔소는 뿔이 하나라서, 그 뿔처럼 혼자 단단히 서라는 의미도 된단다. 또 평소에 혼자 사는 동물이기도 하고.
모든 일에는 필연적으로 감정과 생각이 얽히게 마련이다. 어느 한 번도 감정과 생각의 얽힘 없이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고,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일이나 관계 자체보다 그것과 함께 피어오르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항상 더 힘겨운 법이다. 그렇다 보니 가끔은 왜 이 관계가 내게 그토록 소중한지, 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 내가 그토록 가슴 뛰어했는지는 잊은 채, 번뇌와 같이 피어오르는 희로애락에 눈이 멀게 된다.
남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가 하는 일보다 중하지 않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끝까지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것-
스치는 수많은 감정의 번뇌를 이기기 위해 그 순간을 지나는 내게 만트라처럼 알려주는 그것.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서 코뿔소처럼 매 걸음에 깊은 무게를 덮어서,
그렇게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