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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Apr 25. 2019

암 유전자 검사

Know your risk?!

오늘 유전적인 암을 선별해 낼 수 있는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딱히 계획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의사랑 대화를 하다 아예 오늘 검사까지 받았다. 아마 결과를 받는 데까지는 한참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해당 검사 기관이 내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험 처리를 받아내야 검사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 한 달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보험 없이는 뭐든 다 비싼 이 미친 의료시스템의 나라에서 보험처리를 하고도 내가 약 $400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참 신기한 세상이기는 하다. 엄마가 암에 걸렸을 때만 해도 아무도 이런 검사가 있다고 말해주지도 않았고, 이런 검사가 어떤 도움을 주는 지도 알지 못했다. 내가 처음 이런 종류의 검사에 대해 알게 된 건 몇 해 전 앤젤리나 졸리가 난소암으로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이런 테스트를 받고 예방 차원에서 가슴과 난소 제거 수술을 한 것이 기사로 나면서였다. 내 주위에도 작년에 이런 종류의 검사를 하신 분이 예방차원에서 자궁제거 수술을 받으셨고,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도 유전자 검사 결과로 소장을 제거하는 일가족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한국에서도 많이들 하는 추세라고 들었다.

 

 

2층 내 담당의 진찰실에서 내 이름이 적힌 종이와 이 뜬금없는 박스를 내가 직접 들고 1층 랩으로 내려가는데, "my Risk"라는 단어가 부담스럽다. 마치 병원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내 위험"을 샅샅이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슬쩍 재킷으로 가렸다.

 

 마흔일곱이라는 나이에 엄마가 유방암에 걸셨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어릴 적 돌아가셔서 기억도 나지 않는 큰 이모도 갑상선암으로 돌아가셨던 것 같다. 그러니 모계에 관련 암 유전자가 없다고 할 수 없겠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아팠던 나는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아주 깊게 "나는 언젠가 암에 걸릴 것이다"는 큰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믿음은 어찌나 확고한지, 죽음과 건강에 대한 희한한 비장미마저 불러온다. 이 둘을 빼면 다들 8,90까지 정정하게 사신, 장수 유전자도 매우 강한 집안 이건만, 우리 엄마는 어쩜 그렇게 일찍 가셨는지.

 

올해 마흔이 되는 나는 본격적인 '중년 라이프'에 들어선다는, 왠지 모를 기쁨과, 왠지 모를 비장함이 섞인 감정을 겪고 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엄마가 암에 걸린 나이가 된다. 쉰다섯에 돌아가신 어머니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쉰다섯이라는 마라톤의 피니쉬 라인이 남들보다 가깝게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일 때, 사람은, 적어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더 막살아보고도 싶고, 아주 후회 없이도 살아보고 싶고, 더 행복하고도 싶고, 혹은 모든 감정을 아주 깊게 느껴보고도 싶다. 여행을 좀 더 다니고 싶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지? 하고 묻게 된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면서,

 이 테스트를 받음으로 인해, 더 오래 잘 살기를 바라본다.

 

 신기하지, 인간은 자꾸만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내게 일어날, 내 유전자에 미리 새겨져 있어서 내가 피할 수 없는 "정해진 역경"을,  나는 이 테스트를 받음으로 피할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테스트 결과는 심지어 언제쯤 암에 걸릴지도 알려준다고 한다. 오직 신만이 알고 있던 삶과 죽음의 영역이, 우리는 이미 예방할 수 있는 곳에까지 이른 것이다. 어둠에 대한 공포로 신을 믿었던 중세 사람들과 달리, 이제 우리 삶의 영역에 '미지의 어둠'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터득은 영생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켰고, 의학적으로 우리는 영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한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을 믿을 것인가? 내 유전자에 미리 새겨져 있는 내 '예정된 고통'을 제거함으로써, 나는 더욱 행복해질 것인가? 

 

 참 재미있다. my predestined affliction can be wiped away from my life journey. Then, will I be growing maturely even if not having the affliction that God "has predestined" for me? How intere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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