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지구의 축이 살짝 옆으로 움직인다.
아무도 축이 움직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은 축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안다.
그가 사는 세상이 더 이상 같은 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오월의 푸르름도 묘한 필터를 입힌 듯 빛이 바래고,
청량한 초여름의 저녁 공기도 서늘한 한기를 품어
지구의 축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놓은 내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지구의 축이 살짝 움직인다.
그리고 세상은 더 이상 어제의 세상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 없는 나는 영원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
마음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사랑하는 이가 함께 있던 공간에는 마치 신기루처럼
그의 존재만이 사라졌다.
내 마음에 오롯이 남은 사랑은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라
긴 방황을 시작한다.
묘하게 달라진 지축의 움직임만이
나의 상실을 위로하며 달라진 세상의 빛깔로 나를 위로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애가를
나의 사랑을 달라진 지구라도 들어달라며
혼자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