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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Jun 05. 2019

지구의 축이 움직이는 일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지구의 축이 살짝 옆으로 움직인다.


아무도 축이 움직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은 축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안다.

그가 사는 세상이 더 이상 같은 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오월의 푸르름도 묘한 필터를 입힌 듯 빛이 바래고,

청량한 초여름의 저녁 공기도 서늘한 한기를 품어 

지구의 축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놓은 내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지구의 축이 살짝 움직인다.

그리고 세상은 더 이상 어제의 세상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 없는 나는 영원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


마음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사랑하는 이가 함께 있던 공간에는 마치 신기루처럼

그의 존재만이 사라졌다.

내 마음에 오롯이 남은 사랑은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라

긴 방황을 시작한다.


묘하게 달라진 지축의 움직임만이 

나의 상실을 위로하며 달라진 세상의 빛깔로 나를 위로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애가를 

나의 사랑을 달라진 지구라도 들어달라며

혼자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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