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이가 더이상 우리와 함께있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에 세번 시간을 맞춰 먹이던 약과 식사를 준비하지 않으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는다.
아이를 키우듯이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좋아할, 그리고 건강에도 좋을 재료들을 골라 다듬어 밥을 지어 먹이곤 했다. 그리곤 시간 맞춰 심장약과 위장약을 먹이고, 눈약도 하루 세번 시간 맞춰 넣고.
아이가 입맛을 잃은 후론 매 식사시간이 전쟁이었다. 입안이 깔깔한지 평생 좋아하던 간식을 입에도 대지 않는 통에 마음 졸이며 이것저것 찾아 먹이느라 부단했다.
그런 부산한 일들을 하나도 하지 않으니 이 유월의 서늘한 여름저녁의 선선함을 참 조용하게도 맞이한다. 아마 땡이가 늙고 아픈 몸으로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면 집안의 공기가 참 무거웠겠지.
아이가 그립지만, 아프고 늙은 작은 몸의 아이는 천국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것이 백번 생각해도 더욱 행복할 것 같아서, 그립지 않으려한다.
밤 열시에 잠자리에 데려가서 재우려고 하면 한참을 낑낑거리며 아픈 표현을 했던 아이. 어디가 그렇게 아팠던 걸까. 관절염이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어떤 다른 질병이었을까. 아직 궁금하지만, 궁금해서 무엇을 하랴, 아이는 이제 그 작은 코로 내쉬던 숨을 멈추고, 영원한 평화를 얻었는데.
그토록 사랑하는 존재가 신기루처럼 홀연히 사라지는 경험은 아무리해도 쉽지가 않다. 아마 "삶"이 가진 가장 큰 클라이막스이자 아이러니는 "삶의 끝"이지 않을까. "끝"이 있기에 우리의 지금은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영생을 얻은 드라큘라가 사람이 되고싶어하는 것처럼, 끝이 있기에 우리의 지겨운 오늘 하루는 눈부신 가치를 얻는 것이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잠깐 소파에서 낮잠을 청하면 항상 땡이를 왼쪽 팔에 안고 함께 누웠다. 그럼 아이는 곧장 잠에 빠져들고, 잠에 깊게 든 강아지는 독특한 체취가 폴-하고 올라오는데, 그 냄새에 나도 취해서 깊은 잠에 빠지곤 했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체취와, 따뜻함, 그리고 그 복슬복슬한 털이 주는 촉감은 그 시간을 더없이 소중하게 만들곤 했다.
아가 네가 참 그립지만, 아프지 않은 네가 더 다행이란다. 네가 누워자던 자리를 치우지 않았단다. 마치 네가 우리와 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산책나간 길에 네가 공원을 뛰어다니던 뒷모습과 똑같은 구름을 봤어. 마치 레인보우 다리를 건너간 네가 그렇게 풀밭을 뛰어놀고 있는 것 같아서 위로를 많이 받았단다. 네 구름 옆에는 고래 구름도 있었는데, 낯가림이 심한 네가 고래랑 놀고 있는 것에 깜짝 놀랐지. 그렇기를. 그렇게 행복하기를.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그렇게 뛰어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