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나대어라.
길이 구불거리어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이제는 끈을 동여매어 먼지가 붙지 않게 하여라.
누가 끝낼 수 있는 숙제라고 이야기해주었느냐?
잘못된 이야기를 해주었구나.
삶은 항상 못 다 이루는 숙제란다.
어느 누구도 마침표를 찍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법이란다.
어깨와 팔을 길게 빼어 짊어진 꿈이 무거울 수도 있겠다.
휘어진 허리는 피곤하겠구나.
피곤한 너의 여정에 시원한 냉수 한 모금이 놓여 있기를.
인생이란 게 말이다.
접어져 있는 책의 귀퉁이처럼
나중에 돌아와 다시 펼쳐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게 아쉬우니 인생이지.
아쉬움도 삶이라는 책 목차에 빠지지 않는 요소이니
삶의 부산물처럼 여기지 말고, 한 귀퉁이처럼 대하거라.
고수레 밥을 던지듯 아쉬움에게도 마음 한 자리를 대접하려무나.
고단한 발걸음을 모으고 모아 그다음 걸음을 그저 던지다 보니,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곡식의 낟알들에도
그 자리에 박힌 이유가 있음을 이제는 알겠다.
내가 알아야 할 이유일 필요는 없다.
그곳에 존재하니 이유도 있는 거지.
그리고 심지어 싹을 틔우지 못하는 조금 덜 떨어진 낟알이어도 괜찮다.
어찌 하나같이 꿈을 이루고 살겠니.
가끔은 못 이룬 꿈도 위로가 되어 조용히 내 삶에 파고들기도 하는구나.
그저 힘을 내자.
마침표도 모르고 이룰 꿈도 없더라도,
삶이니까 그것으로 됐다.
오늘 오후는 조금 힘이 들고, 우울했습니다.
오랫동안 애써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던 것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들어서였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못 다 이룬 것이 있는 것이 더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히 모든 것을 이루고 사는 삶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삶은 모난 귀퉁이 한 개 정도 있는 것이 더 인간미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토록 마음이 가라앉고 슬픕니다.
괜히 원망과 시기가 일어납니다.
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이라고 해서 그것이 완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서 아름다운 종장을 맺는다면,
그것은 비록 이루지 못한 미완성일지라도,
나름의 마무리를 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듭지어지지 않은 꿈도 삶의 일부이고,
또 삶은 그렇게 구불구불 흐느적한 강처럼 흘러갑니다.
강이 좋은 탓은 시작도 매듭도 잘 보이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삶도 매듭지지 않은 꿈과 같습니다.
누가 완벽한 종장으로서 자신의 죽음을 지휘할까요?
삶도 항상 아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니 결국 아쉬움은 삶에 가장 필연적인 요소 중 하나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