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그에게 물었다.
"어디 사세요?"
자주 얼굴을 보이는 탓에 은연중에 그가 가까운 곳에 사나 보다, 하고 생각했던 탓이다.
활짝 웃던 얼굴이 살짝 굳으며 주저하더니,
"길에서 살아."
라고 대답한다.
처음 드는 생각은,
아, 묻지 말걸.
그런 다음 드는 생각은,
언젠간 알게 될 일을 지금 안 거야. 그러니 괜찮아.
당황한 나를 애써 위로하는.
아는 게 미안한 건지 모르는 게 미안한 건지 잘 모르겠는 순간의 당혹감.
거대한 성당처럼 생긴 교회 예배당에 아침마다 와서 가장 끝 좌석에 앉아
긴 기도를 조용히 드리는 그를, 나는 참 성자 같다, 고 생각했었다.
가끔 무릎을 꿇고 성찬대 앞에서 기도하는 그는
아주 어릴 적 읽었던 "성자가 된 청소부"에 나오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레게 머리를 하고 활짝 웃는, 남들을 활짝 웃게 만들도록 웃기는,
이 아저씨는 십오 년째 길거리에서 살고 계시다.
항상 그루브 넘치는 옷차림이지만 깔끔한 행색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집이라 부를 공간이 있는 분 일줄 알았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철밥통인 공무원으로 살다가
십오 년 전 자신이 선택해서 노숙자가 된 로버트 아저씨.
굳은 얼굴로 말해준 "길에서 살아"가 못내 내 마음을 찌른다.
자신이 기도하는 장소로 돌아갔다 이내 다시 돌아와선 내게 다시 말을 건넨다.
"날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날 걱정할까 봐 걱정돼서 돌아왔어."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그러고선 이내 그 환한 웃음을 웃으며
"전에 가족이 있고 집이랑 멋진 자동차가 있을 때는 나는 사실 행복하긴 했었는데, 대신 평화가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행복하지 않기는 한데, 대신 평화를 얻었어."
라고 말한다.
"이게 훨씬 더 좋아."
이게 더 좋아.
나는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나?
성자 같은 로버트 아저씨,
추운 겨울이 다가와서 이 많은 노숙자들이 대체 겨울을 어떻게 나려나 벌써 걱정이 돼요.
아저씨 몸 하나 누일 공간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저씨 진짜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