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꿈에 정말 오랜만에 엄마를 만났다.
예전에 살던 집에 땡이랑 정원이랑 엄마랑 있는 꿈.
(아빠는 어쩐지 없다)
참 예전같이 엄마가 땡이를 안고 있고, 정원이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나는 초록색이 날씬하고 예쁜 다람쥐가 들어온 걸 내보내려고 노력하는 꿈이었다.
초록색의 예쁜 다람쥐는 생각보다 쉽게 열린 문을 통해 다시 나갔고,
나는 다시 즐겁게 엄마랑 정원이랑 땡이에게 말을 거는 꿈.
꿈이 깨고 있었는지,
나는 엄마와 함께 있는 지금이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꿈이 깨기 전에 엄마를 안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땡이를 안고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엄마에게 달려가서 얼른 땡이와 함께 엄마를 안았다.
마르지 않은 몸이었고, 따뜻한 체온이었다.
꿈에서 만난 엄마는 건강한 엄마였다.
꿈에서도 나는 엄마가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한시름을 놓고,
그렇게 웃으며 잠에서 깼다.
아침에 동생에게 꿈에서 엄마와 땡이를 봤다고 이야기해줬다.
잘 있더라고, 아프지 않더라고,
전과 다르지 않은 건강한 엄마와 땡이더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자매는 함께 안심을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친구가 새로 이사 간 집에 집들이였다.
나는 몇 년 만에 만난 엄마가 반가워서
꿈에서 엄마를 보았노라고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불현듯 친구들이 한국에서 엄마들이 보내준 반찬, 고춧가루 이야기를 시작했다.
꿈에서 만난 엄마가 너무 반가웠지만,
반찬과 고춧가루를 보내주는 엄마들 이야기 앞에서
꺼낼 수는 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나누려 했던 마음을 접었다.
슬프지 않지만 슬펐다고 해야 하나,
처량하지 않지만 순간, 아주 조금 처량했다고 해야 하나...
꿈에서 만난 엄마는 행복해 보였고,
꿈에서 본 땡이는 너무 예뻤고,
초록색이 예쁜 날씬한 다람쥐는 참 선명했다.
고춧가루를 보내주실 수 없고,
내가 도움 없이 이곳까지 온 것에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실 수 없지만,
지난밤 꿈은 현실처럼 내게 절절한 행복으로 읽힌다.
한 번의 포옹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엄마는 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