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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Dec 31. 2021

글 쓸 이유는 어쩌면

한동안 글을 쓸 이유를 찾지 못해서 브런치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글을 쓸 생각만 해도 몸에서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바닥을 드러낸 오아시스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메마를 수가 있는 거야?

하면서 나 자신에게 몇 번을 되물어 보아야 했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고, 아니 대체 애당초 ‘글’이 뭐지? 하고 묻기도 했다.

브런치에는 참 좋은 글들이 많은데, 읽다 보면 하나같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마음이 읽혔다.

꿈을 가지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그 꿈에 입혀진 다른 색채들의 욕망들의 꿈틀거림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아예 브런치에 대한 내가 애초에 가졌던 싱그럽고 상쾌한 이미지의 변질과 함께,

글에 대한 총체적 관심조차 잃어버렸던 것 같다.

대체 왜 ‘브런치’에 글을 써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생각나는 글들은 일기장에, 연필 소리처럼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서 괜히 마음에 드는 샤프로 남겼다.


몇 개월이, 사실은 몇 년이 지나고서야 이제야 조금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브런치는 꾸준히 ‘작가가 되어보라’고 권유한다. 아마도 그 권유에 홀리듯 사람들이 끌려오는 것이 아닐까.

인문학이 인기라는 한국의 문화도 한몫을 하는 것이겠고. 평범한 일상에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꿈같은 이미지가 덧입혀질 수 있다는 것이 브런치가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환상 같은 것이리라.


브런치에 있는 수려하고 프로페셔널한 글들 사이에 내 글을 넣어두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 글을 흉내 내어 쓰자니 내가 재미있지가 않은 이 짓을 뭐하러 하나 싶기도 했다.


이제 다시 돌아오는 브런치에 나는

그저 아주 당당하게

내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내 재미를 위해 살아야지.

작가가 되지 못하면 어떤가.

난 나를 위해서 살란다.


사각거리는 연필로 마찰 감이 좋은 종이에 기록하듯

하루를 지내고 난 소감을 정리해야겠다.


당당한 내 일기장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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