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을 켜고, 부엌의 창을 연다. 오월의 아침 공기는 청량하고 살갑다. 민트를 먹은 듯이 폐를 깜짝 놀라게하는 차가운 아침공기는 항상 그렇게 반갑다. 이 청량함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커피머신이 내는 요란한 소리는 마치 곧 만들어질 따뜻하고 검은 커피를 기대하라는 메신저의 음성처럼 들린다.
배가 고픈 고양이들은 부엌까지 따라와 냥냥 거리며 눈을 맞추러 애쓰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나는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기에 식빵을 올린다.
계란을 부칠 프라이팬을 올리고, 아보카도 오일을 뿌린 후 팬이 달궈지기를 기다린다.
며칠 꽃가루가 노랗게 땅을 덮더니 알레르기 때문에 코끝이 간지럽다.
매년 이맘때 나는 알레르기를 심하게 앓는다. 그래도 봄은 밉지가 않다.
괜히 계절의 여왕이 아니지 않겠나. 누가 이 계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눈부신 햇살과 아직은 날이 서있는 매서운 봄바람을 함께 보내어 따뜻한 햇살을 더욱 고맙게 여기게 한다.
매력적인 조합이다.
블라인드를 모두 걷고, 창을 모두 열어 햇살을 만끽하며
나는 식탁에 앉는다. 제철과일, 아보카도, 계란과 버터를 얹은 식빵과 함께
커피에는 크림을 살짝 넣어 부드러움을 더했다.
아침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아직 조용한 세상에서 이제 막 떠올라 싱그러운 햇살의 적심을 느끼며
즐기는 아침식사, 그리고 부드러운 커피.
언제 세상이 전쟁터였냐는 듯이 평화로운 이 시간이
사실은 내가 가장 살아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