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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May 20. 2022

오월은 전쟁

번역의 세계

왜인지 모르지만 동절기가 시작되면 번역일은 줄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번역의 세계도 열이 나기 시작한다.

작업할 프로젝트가 기다리는  queue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분량보다 넘쳐나는 일이 기다리고,

나는 어느샌가 약간 좀비같은 상태가 되어, 혹은 영한번역기가 되어 기계처럼 작업을 해내곤한다.

재미있는가? 좀비같은 상태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않다. 괜히 좀비라고 부르는게 아니다.

시절을 잘 탈 것 같지 않은 번역의 세계도 계절을 탄다. 일년동안에는 동절기에는 일도 마치 동면을 하듯 긴 한숨을 내쉬듯 잦아들고, 무언가 분주한 여름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도 쏟아져 내린다. 


팬데믹 시절 동안에도 일이 많이 줄었다.  AI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도 많이 줄었다. 처음 나온 구글번역의 한심함에 혀를 내두른게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구글번역은 나보다 나은 번역실력을 보일때가 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에게 올바른 지식을 축적해준 덕에, 인간은 퇴보하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퇴보를 비료삼아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엄청 무서운 소리인데 소름끼치도록 현실이다. 앞으로 십년 후에도 번역이라는 직업이 남아있을지도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그렇게 따지면 남을 직업이 얼마 없다고도 카더라.)


그래도 팬데믹은 마무리되어가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주춤했던 사업을 다시 열어보려고 한다. 그 흔적이 번역세계에도 보인다. 여행사들, 호텔들, 각국의 문화부, 그리고 패션업계.. 모두 마치 축축하게 젖었던 날개를 두드려 펴듯이 열어젖힌다. 그리고 번역가들은 좀비가 되어 번역을 토해내고 있겠지.


한여름 같이 덥던 낮의 열기가 아직 남은 밤이 아쉽도록 공기가 좋아서 좀비번역일을 잠시 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느새 꽃들이 지고 푸른 잎이 무성하다. 매년 이맘때는 활기차고, 아름답고, 서럽다.


Photo by Utku Özen | @theutkuoz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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