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알을 그 큰 새가.
아침에 드라이브웨이에 계란 반 만한 작은 알이 떨어져 있다. 메추리알만 한 크기다. 색깔은 참 예쁜 에메랄드색이다. 아마도 오늘 아침 새끼가 둥지에서 알을 까고 나오면서 알이 떨어진 모양이다. 알이 떨어진 바로 위의 나무를 올려다봤으나 둥지를 찾지는 못했다.
신기해서 출근하던 길에 집에 다시 들어가서 사진기를 들고 나와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그래서 출근은 지각했다) 무슨 새가 이렇게 작은 알을 낳을까 구글에 물어보니 의외로 로빈이란다. (한국에서는 개똥지빠귀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집 근처에서 발견되는 새들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편에 속하는 (물론 독수리나 매 빼고) 새인데 이렇게 작은 알을 낳을 줄이야.
작년에도 늦봄 집 앞 잔디에서 로빈 새끼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나무에서 나는 연습을 하다가 떨어진 것 같은데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다리 힘이 좋아서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있는 걸 뛰어다니는 머리를 보고 가서 박스에 넣어 집어 왔다. 고양이나 들짐승들이 한 입에 잡아먹을 수 있는 딱 좋은 크기라 날아보지도 못하고 생명을 마감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데 간혹 그런 애들은 하루 이틀 안에 날기 때문에 데려오기보다는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이 더 낫다는 야생동물 구조센터 웹사이트의 설명을 읽고 다시 그 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어미가 계속 먹이를 물어다 주기 때문에 아기새가 하루 이틀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단다.
어떻게 됐을까.... 며칠 걱정했는데 며칠 후 최초 발견지에서 한참을 떨어진 나무 덤불에 그 녀석이 앉아있는 걸 봤다. 그새 좀 커서 얼굴이 의젓해진 표정을 하고. 아마도 어미가 계속 먹이를 날라다 주고, 본인은 껑충껑충 뛰어서 거기까지 가서 덤불에 숨은 것 같았다. 아이고.... 대견한 녀석. 하나도 해준 것이 없는데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곧 날기 시작했고, 어쩌면 그 녀석이 올해 또 새끼를 낳은 건지도 모르겠다.(사실 정확히는 알을 낳은 것이지만)
올해 이 작은 알을 보니 생명의 놀라움에 마음이 행복해진다. 이쁘구나. 힘내렴. 겨울을 나고 태풍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오늘같이 밝은 날도 있고 꽃피는 봄날도 있단다.
튤립은 그냥 피었길래 알 사진 찍은 후 같이 찍었는데 컴퓨터 화면으로 보니 초점이 날아갔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