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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May 12. 2018

잭 길버트

Jack Gilbert, Tear it down

나는 시어를 읽는 재주가 없다. 시가 주는 순간의 향이나 시어가 상기시키는 내 과거와 연관되는 순간의 감각을 느낄 뿐 시어를 즐기는 재주가 없다. 시 까막눈이라고나 할까. 그런 내게도 가끔 기억하는 시가 있다. 길버트의 "Tear It Down"이 그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류시화 씨가 길버트의 시를 번역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읽어보지는 못했다. 


Tear It Down            

Jack Gilbert, 1925 - 2012

We find out the heart only by dismantling what

 the heart knows. By redefining the morning, 

we find a morning that comes just after darkness.

We can break through marriage into marriage.

By insisting on love we spoil it, get beyond 

affection and wade mouth-deep into love. 

We must unlearn the constellations to see the stars. 

But going back toward childhood will not help. 

The village is not better than Pittsburgh. 

Only Pittsburgh is more than Pittsburgh. 

Rome is better than Rome in the same way the sound 

of racoon tongues licking the inside walls 

of the garbage tub is more than the stir 

of them in the muck of the garbage. Love is not 

enough. We die and are put into the earth forever.

We should insist while there is still time. We must eat 

through the wildness of her sweet body already 

in our bed to reach the body within the body.


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아마도 "We must unlearn the constellations to see the stars. " (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별자리를 잊어야 한다.) 일 것이다. 별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 수많은 별들은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별자리들이 채운다. 그 순간 우리는 그 수많은, 무수히 아름다운 별들 각각의 이야기를 놓치고 만다. 


서울 하늘의 밤과 달리 미국에서는 별들이 더 잘 보이는 편이다. 이 곳 시골로 이사 온 후로는 더욱 그렇다. 처음 시골에 이사 온 후에는 밤이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밤에는 잘 나가지도 않았더랬다. 야밤에 길에 돌아다니는 쿠거를 만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 (생각해보니 누가 도시 촌사람이라고 이사 왔을 때 쿠거가 돌아다닌다고 겁을 줬었던 것 같다. 쿠거도 생각이 있지. 아무리 그래도 사람 사는 촌락까지 들어오려고.) 그러나 하루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일이 있어서 랜턴을 들고 살짝 나갔었는데 그렇게 우연히 바라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차도 위에서 랜턴을 끄고 한참을 서서 별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마치 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열매들이 무거워 땅에 떨어지기 직전인 듯 별이 하늘에 그렇게 피었다.



이 수많은, 압도할 것 같이 아름다운 빛들의 향연 속에서 별자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 정말 바보짓처럼 느껴진다. 하나하나의 별에 담긴 이야기가 숨 막힐 듯이 쏟아져 내리는 밤, 나도 마치 그중의 하나의 별 인양 짐짓 모른 체하고 그들 중으로 숨어들어도 될 노릇이다. 


한 번은 먼 곳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밤 중에 옥수수밭만 사방으로 펼쳐진 곳을 통해 돌아오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처음 가본 길인데 사방으로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내 차 불빛. 순간 얼마나 무서웠는지. 심지어 핸드폰에는 No Signal(신호 없음) 표시가 떴다. 공포에 질린 것은 당연지사였다. 다행히 GPS는 위성신호로 움직이는 터라 GPS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GPS 하나만 믿고 움직여야 했다. 당연히 나는 눈물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근처에 불빛이 없던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허허벌판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적이 있었던가? 전혀. 내 인생에 불빛이 없는 적이 있을 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겁에 질려 창문을 열고 불빛을 찾아보는데 마침 하늘의 별들이 보인다. 9월 밤의 청량한 밤공기와 세상의 모든 불빛이 사라진 공간에서 마주하는 흐드러진 별빛은 가히 충격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아......! 탄성을 내지르며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옥수수 태슬 위로 보이는 넓은 하늘에 박힌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은사로 수많은 별들을 박아넣은 아름다운 비단 이불을 하늘의 끝에서 다른 끝으로 연결해서 그 자락을 땅끝까지 닿도록 사치스럽게 풀어놓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미칠 듯이 솟아나던 두려움은 벌써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는 마치 별들이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별들의 바다를 부유했다. 저 빛들 중에는 벌써 몇백 광년 전에 사라진 이들의 빛도 있을 것이고, 몇 광년을 여행해와서 지금 이곳에서 내게 닿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이 지금 나와 함께 걷고 있다. 온 우주가 나와 함께 있다는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별에 비교해보자면 우리도 별과 같다. 별자리로 읽어지지 않는 작은 별일 수도 있고, 별자리의 머리가 되는 큰 별일 수도 있고, 언젠가 별자리에 속해 있었지만 어느샌가 죽어서 그 이야기를 끝낸 별일 수도 있다. 별자리같이 큰 이야기에 속하지 않았으면 어떤가. 이 은사 비단같이 아름다운 흑색하늘에 놓여진 수 많은 반짝이는 진리 중 하나인 것을. 스스로에게 진실인 것을. 


온 우주가 나와 함께 걷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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