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마추픽추

꽃보다 청춘

by 솦 솦
라마라마라마.jpg 마추피추에서 알파카랑

하루에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리는 그룹 프로젝트에 동참해서 매의 눈(?)으로 하루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그 그룹 카카오 메시지에서 어찌어찌하다 알파카가 등장했다. 내가 등장시켰지만. 이 알파카가 내 기억의 저장고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김에, 페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꽃보다 청춘에서 페루로 여행을 떠났던 우리 윤상 오빠와, 유희열 오빠와, 이적 오빠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보며, 몇몇 에피소드는 울며불며 보며, 페루에 꼭 가야지.... 했었다. 남미는 미국에서 가도 비싸다. 사실 내심 가고 싶다고만 생각하고 끝내 가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그곳들 중 하나이지만 우연히 페루에서 하는 세미나에 어플라이를 했고 열두명의 정예부대 중 하나로 뽑혀서 비행기 값만 내고 두 주 남짓한 페루 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두둥. 내가 약골 체질인 것을 내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쿠스코로 비행기로 이동을 했고, 쿠스코에 내리는 그 순간부터 고산증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뭔가 마음은 계속 신이 났지만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지고. 쿠스코에 내린 순간부터 삼십 분 간격으로 구토를 하고, 엄청난 두통에 시달렸다. 열두명과 세미나 리더들 중 나 혼자 고산증으로 고생했다. 그렇게 시작된 고생은 마추픽추를 떠나 아마존으로 간 이후에는 몸살로 이어져서 결국 열하루 일정 중 열흘을 아팠다...... 아프러 여행 간 것이냐.


그러나 다행히 세미나팀에서 현지 의사를 대동한 덕분에, 그리고 팀에서 아픈 사람은 나 혼자였던 탓에 의사 선생님 훌리오는 일정 내내 마치 내 전담의사처럼 나를 전담 마크했다. 훌리오가 내 생명을 구했지. 현지인인 탓에 고산증에 잘 듣는 현지 약 같은 것들을 잘 알아서 꾸준히 공급해주고, 돌봐주었다. 훌리오가 구해준 약 덕에 다행히 하루 이틀 이후부터 고산병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 "꽃보다 청춘"에서 윤상 오빠가 그렇게 오랫동안, 많이 아팠던 이유는 페루 현지 약이 아닌 한국 약을 먹었기 때문이란다. 현지에서 약을 구하는 것도 진짜 좋은 방법이다.

페루에서도 의사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엘리트 전문직이다. 그러나 훌리오는 리마시에서 운영하는 공영 병원에서 일을 한다. 일은 두배이고, 보수는 절반이란다. 그러나 훌리오는 그 병원을 떠날 생각이 없고, 가난한 사람들,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도 살겠다고 했다. 멋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20292973_10213817722936437_7298888713419045702_n.jpg 나를 데리고 약국에 가는 훌리오의 뒷모습


마추픽추에 올라가려면 아구아깔리안떼라는 마추픽추 바로 아래 도시에 하루를 머물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간다. 전 세계에서 정말로 구름 떼처럼 사람들이 몰려와있다. 아구아깔리안떼에서 언젠가 커피숍을 해보고 싶기도 했는데...(고산증을 극복할 수 있을라는지..)


20265053_10213817749977113_2684214508365818893_n.jpg 아구아깔리안떼



day3_IMG_7044.JPG 꽃보다 청춘에서 오라버니들이 다니던 그 길




그렇게 마추픽추를 올라갔다. 마추픽추에도 여러 봉우리에 여러 다른 이름을 가진 신전 지역이나 공원 같은 것들이 있는데, 너무 급하게 산을 탄 것이 고산병을 다시 악화시켜 나는 결국 꽃보다 청춘에서 세 사람이 셀피 스틱에 카메라를 끼고 "마추픽추! 마추픽추!"를 연호하며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도는 그 지점에 낙오했다. "나 빼고 올라가... 난 더 못가...." 다행히 같은 팀의 한 친구와 훌리오가 남아주어서 셋이 누워있었다. 아구아 깔리 안 떼에는 나같이 고산병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스프레이통에 산소를 넣어 파는데, 훌리오가 버스 타기 전 아침에 사는 걸 보고 "왜 사?"냐고 물어봤는데, 그 산소통은 내가 다 썼다. 내가 쓸 거라고 훌리오가 예지한 것이었다. 예언자 훌리오. 아, 고마워라.



IMG_6107.JPG 고산증으로 뻗은 후 누워서 찍은 내 발
20292848_10213817749497101_3378860304597835973_n.jpg 프랑스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 다짜고자 올라오자마자 앉아서 좌선을 하고 명상을 했다. 하지만 이뻐서 찍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높은 곳에는 영적 기운이 좋아서 그런 기운을 받으러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네팔의 히말라야에도 이런 영적 기운이 좋아서 그런 기운을 느끼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 젊은 커플도 그런 사람들처럼 보였다. 오자마자 좌선을 하고 앉아서 명상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20430028_10213817747937062_4282868614265965134_n.jpg 함께 갔던 사람들과 가이드


20258375_10213817758537327_4119174831711461488_n.jpg 라마
IMG_6128.JPG 삼십분 쓰러진 후에 일어나 찍은 사진. 마추픽추! 마추픽추! 오빠들이 돌던 바로 그 자리


이 사진을 간신히 찍고 한 손은 훌리오의 어깨를 짚고, 한 손은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쥐고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계단이 가파르고 경사가 심해 고산증으로 어지러운 상태에서 걸어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낙마사고도 종종 있단다. 다른 팀 사람들보다 먼저 내려가서 훌리오와 아구아깔리안떼를 천천히 걸어다녔다. 아, 정말 여행 내내 훌리오와 지냈구나. 세상에나.


20264567_10213817640694381_1640003058702777363_n.jpg 아구아깔리안떼 야시장에서


20258034_10213817754417224_8362624092860738698_n.jpg 알파카 털로 지은 실타래


14890605_10209518050605577_8758784921143128690_o.jpg 페루 고산족 복장
14938395_10153898924660966_1368720010960210009_n.jpg


마추픽추는 정말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찬 곳이었다. 지구 반대편이라 한 번가기가 정말 쉽지 않지만 정말 꼭 한 번은 가보기를. 섬세한 돌들의 짜임으로 이루어진 마추픽추는 그 돌들의 짜임 짜임 틈으로 종이 한 장을 넣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구조를 자랑한다. 현대 과학으로도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숙제라고 한다. 즉 현대 과학으로도 어떻게 돌을 잘라서 이렇게 맞출 수 있는지 모른단다. 우리는 벽돌을 구워내어 회반죽으로 중간을 덮는 것으로 빈틈을 메우지만 고대 잉카인들은 회반죽 같은 재료를 쓰지 않고 오직 돌들만으로 그 짜임을 완성해냈다.


마추픽추와 아구아깔리안떼, 그리고 쿠스코에서 사흘 반을 지낸 후 우리는 나머지 여정을 아마존에서 지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오히려 기대했던 마추픽추보다도 아마존이 인생을 바꿀만한 경험이었다. 세미나팀에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A급 원시림 지역 (일년에 백명으로 탐사인원이 한정된 아마존 상류의 밀림지역)을 우리가 탐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까닭에 우리는 정말로 사람의 손이 닿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필터링해서 쓸 수 없는 지역에서 지낼 수 있었다. (우리는 그래서 말할 수 없이 더러웠다.) 샤워실에 내 손보다 더 큰 나방이 출현하고, 우리가 자던 랏지 바깥으로 표범이 어슬렁거리고, 샤워실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있고....... 샤워실에 나방이 출현했던 건 나였고, 샤워실에서 뱀을 만난 건 세미나팀 식사를 준비해주려고 함께 온, 여행사가 고용한 페루 요리사였다. 요리사 아주머니는 샤워를 하다말고 그냥 뛰쳐나오셨다......(일동 모두 당황) 나는 내 손바닥만한 나방이 등에 앉는 바람에 비록 소리는 질러댔지만 차마 나가지는 못했다. 그 정도의 이성은 다행히 남아 있었다. 내 비명소리에 랏지의 모든 사람이 뛰쳐나와서 내 샤워실 바깥에 서 있는 풍경이 연출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난 뛰쳐나가진 않았다.


joshua.jpg 아마존 상류로 이동하던 통통배 안에서, 조슈아


사람이 그렇게도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 나로 인해 처음 알았다던 조슈아는 마추픽추에서 내가 낙오했을 때도 훌리오와 함께 있어 주었고, 아마존에서도 고생하는 나를 여러모로 도와줬다. 매번 물웅덩이나 진흙에 빠질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빼내주었다. 슈퍼맨이었어...


몸살도 나고, 고산증에 여행 피로까지 겹쳐 만신창이같았지만, 아마존은 아름다웠다. 다음 번에 기회가 되면 소개할 수 있기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으니 참 좋구나. 언젠가 다른 여행들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rain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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