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사진을 뒤집으니 어쩐 일인지 의외로 남아있는 사진이 많지 않다. 함께 간 사람들의 이름도 벌써 가물거리고. 번거롭더라도 미리 정리를 했어야지... 2년이나 흐른 후 정리한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사진은 어딘가에 따로 저장을 했을 것 같은데 찾아지지가 않는다. 아쉽다.
마추픽추에서 다시 쿠스코로 내려와서 이제는 아마존으로 떠날 시간. 우리가 묵은 숙소가 전면 오른쪽에 보인다. 참고로 꽃보다 청춘은 가운데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산등성이에 있는 숙소에 머물렀다.ㅎ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팀의 일원이었던 조슈아에게 그려준 그림. 우리가 묵은 이 스페인식 도시가 마음에 들어서 수채화로 그려서 주었는데 그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다.
아마존으로 가는 길도 멀었다. 마추픽추나 쿠스코, 리마와는 정반대로 내륙지대로 넘어가야 했는데, 넘어가는 중에 만났던 한 고산마을, 파우차탐보. 마을 전체가 하얀 벽과 하늘색 문, 벽돌기와를 얹은 지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언가 깔끔하고 한적한 느낌이었다.
파우차탐보에서 잠깐 머무르며 점심식사를 했는데, 그때 마신 코카 티. 고산지대에서는, 어느 곳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코카 티를 마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잎사귀인데, 이 마약성분이 고산지대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네팔에서도 마약성분이 있는 티를 마셨던 것이 기억나는 걸 보면 고산 지대에서 버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사람들이 자연에서 터득한 듯하다. 물처럼 하루 종일 마셨다. 고산증 약을 먹은 후에도 코카 티는 여행 내내 달고 살았다. 물론 미국으로 반입은 안된다. 큰일 난단다.
아마존에서 도착했다 드디어. 아마존은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막 도착한 이곳은 2급으로 대중에 공개되어 있고, 개발을 할 수 있다. 페루는 가난한 나라이고, 아마존은 그들이 가진 유일한 자원의 보고이다. 특히 수은(이었던 것 같다)이 아마존 유역에서 많이 나서 이런 2급 구역은 정부에서 허가된 개발뿐만 아니라 무허가 개발까지 더해져 몸살을 앓는다.
우리는 1급 원시림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마존 북쪽에서 래프팅을 했다. 북쪽은 물이 차가워 피라니아가 살지 않기 때문에 래프팅이 가능하다. 이후 우리가 간 지역에는 악어와 피라니아가 사는 지역으로 물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서도 안되었다. 아주 익사이팅한 일이다. 물에 빠지면 악어와 피라니아가 바로 먹이로 삼을 곳을 나무로 만든 통통배에 몸을 싣고 며칠을 사는 것은.
1급 원시림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가 묵었던 2급 보호구역의 숙소. 그래도 전기가 들어오고, 깨끗한 물이 공급된다. 물론 자가 정수기를 사용하고 자가 발전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두 대의 통통배로 나뉘어 이동했는데 내가 탔던 배의 투어가이드였던 호세. 수도 리마에서 동물학자인데 학교를 가지 않을 때는 투어가이드로도 일을 하는 것 같다. 가이드로 8년쯤 됐다고 했었다. 8년이나 아마존 가이드로 일한 호세도 1급 원시림 지역은 처음 가보는 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국립대학의 동물학자이다 보니 정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완벽한 아마존 가이드라 할 수 있겠다.
이튿날 1급 원시림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는 1급 원시립 입구에 있는 보호센터에 들러서 등록을 해야 했다. 일 년에 백 명 정도만이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엄격히 출입이 제한된 구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백신을 모두 맞아야 한다. 뎅기열, 말라리아 등 전염병에 쉽게 걸릴 수 있는 데다, 우리 같은 외부인이 아마존에 격리되어 살아가는 원주민들에게도 낯선 질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외부와 격리된 채 몇천 년을 아마존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은 외부인의 아주 약한 감기에도 전멸할 수 있다고 한다. 낯선 질병에 대한 항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호센터에서 등록 절차를 밟는 동안 위의 예쁜 새 한 마리가 실수로 센터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어쩔 줄 모르고 여기저기 박다가 드디어 지쳤는지 한 군데에 앉은 것을 다른 배의 투어가이드인 윌버가 손에 잡고 데리고 바깥으로 나와 날려 보냈다.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항상 짝을 이루어 날아다니는 정말 아름다운 앵무새가 있었다. 긴 꼬리와 화려한 색깔이 눈이 부신 아이들이었는데 마카오(Macaw)다. 항상 매우 높이 날아서 사진기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마카오는 위와 같이 나무에 자루 같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산단다. 즉 저 자루들은 새집. 흔들릴 텐데 어떻게 잠을 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위키피디아에서 퍼온 위의 사진과 같이 매우 아름답고 매우 크다. 유럽과 미국 등지로 밀수되는 야생동물 중 인기 있는 종류로, 한 마리 당 2000불 정도에 거래된다고 한다. 물론 밀수이기 때문에 굉장히 열악한 상태로 포장되어 운송되기 때문에 운송과정에서 죽는 수도 상당하다고 한다. 밀수는 물론 나쁜 일이지만, 워낙 가난하다 보니 생존의 수단으로 선택한 사람들이라서 정부에서도 밀수를 잡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다고 한다.
윌버. 또 다른 투어가이드. 호세가 리마 출신인 것과 달리 윌버는 아마존 출신이다. 그래서 아마존 원주민어도 할 줄 알고, 보지 않고도 어떤 동물이 무슨 소리를 내는 지도 잘 안다. 정말로 타잔 같은 느낌이랄까?
위의 사진은 1급 원시림 지역에 있는 호수에서 원숭이들, 수달, 각종 새들을 관찰하던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현재 아마존 원시림에도 수달은 오직 2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는데 각종 공해와 공사 스트레스로 (스트레스에 약하단다) 많은 개체가 죽었단다.
1급 원시림에 들어가던 첫날. 이 날 우리는 16시간 동안 배를 탔다. (원래는 8시간 예정) 아마존 북부에서 출발하기 전 기름을 넣었는데 이런 밀림 지역에 있는 주유소들은 종종 기름에 물을 섞어 판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 주유소가 그중 하나였고, 그 탓에 엔진이 고장 나서 16시간을 노를 저어서 상류로 올라가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산증과 몸살 기운이 겹친 나는 저 불편한 배에서 16시간을 계속 잠들어 있어서 하루가 1분 같았던 탓에 어떤 상황인지 나중에야 들었다. 다들 매우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던 것 같은데 나는 편안히(?) 기절 상태였던 탓에 불안을 느낄 새도 없었다.
엔진이 고장 나 표류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려서 좌우로 보이던 아마존 밀림이 이렇게 안개로 뿌옇게 보인다.
아마도 표류 다음날 찍은 사진. 화창하게 개였고, 최소 몇백 년은 저곳에 살았을 나무들이 기적처럼 울창하다.
신의 선물이라는 아마존. 실제 강의 이름은 어머니 마리아 강이다. 그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준 강답게 그리스도를 낳은 어머니의 이름을 땄다. 아마도 식민지 시절에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우리는 가이드 외에도 이렇게 여행을 도와주는 서포터들이 있었다. 아쉽게도 영어를 전혀 못하셔서 대화는 할 수가 없었지만 매우 좋은 분들이었다. 고생 많이 하셨다.
아마존 밀림 안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꼭 고무장화를 신고 긴팔 긴 바지를 입도록 요청되었다. 최대한 몸을 가리는 것으로. 말라리아 모기뿐만 아니라 독성을 가진 풀들이나 독개미들도 있기에 항상 가이드들이 먼저 간 땅만 밟고, 그들이 만지지 말라고 한 나무나 땅은 만지지 않아야 했다.
자세히 보면 사진에 나무 사이로 까만 둥그스름한 점들이 몇 개 있다. 원숭이들이다. 물론 호세가 이름을 알려주었으나 다 까먹었고, 원숭이라는 사실만 기억이 난다. 몸이 매우 날래다.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라 우리를 뒤따라오며 관찰했다. 절대 가까이 오지는 않지만 높은 곳에서 계속 따라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1급 원시림 지역에서 지낸 숙소. 전기가 없고, 전기가 없으므로 당연히 물도 필터링해서 쓰지 않는다. 자가 발전기가 있는데 하루 세 시간 정도만 틀 수 있다. 우리는 음식을 할 물도 모두 가지고 갔다. 어릴 때부터 이 물을 먹고 자란 원주민들은 물에 면역이 됐지만 외지인들은 심각한 병을 얻을 수 있단다. 이 닦는 물도 모두 생수로 해결했다. 잠은 위의 숙소에서 잤다. 이런 숙소에 둘씩 떨어져서 지냈는데, 사방이 트여있어서 밤에 야생동물들이 가까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후덥지근하고 습도가 높아서 씻지 않고는 도저히 잘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밤이 늦었지만 샤워는 하고 자리라는 생각으로 남들 이야기할 때 먼저 샤워장에 가서 물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내 전등 하나만 켜놓고 씻고 나왔는데 이후에 씻으러 따라온 사람들이 "물이 이렇게 더러운데 어떻게 씻었어?"라며 다시 나온다. 아차. 자연 속에 있으니 당연히 물이 깨끗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정수하지 않은 물은 그냥 아마존 진흙물이었는데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깨끗하리라 생각하고 씻은 것이었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왠지 생각났다는.
피곤하게 잠에 떨어졌는데 다음 날 아침 지축을 흔드는 굉음에 잠에서 깼다. 이 소리가 뭐지?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라서 정말 놀랐다. 지축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함 원숭이(howler monkey)"란다. 아침마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서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고 자신의 구역에 있는 암컷들이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5킬로미터까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귀청이 찢어질 것 같았다. 와- 타잔 영화나 밀림이 나오는 영화에 보면 그런 굉음을 가끔 들을 수 있었는데, 내가 지금 그 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있다니. 놀라웠다.
일 년 내내 더운 지역이나 보디 열을 식히기 위한 높은 지붕과 사방이 뚫린 집에서 산다. 그래도 다행히 모기장 정도는 가지고 있다. 집 위에 보면 태양열 전지도 보인다. 라디오 스테이션이 있단다. 오-.
미처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이제 갓 열다섯, 열여섯이나 됐을까 싶은 어린 아가씨들이 벌써 아이를 네, 다섯을 데리고 있다. 체구도 작고, 가느다란 소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임신 상태이다. 그래서 갓 결혼한 새댁인가 했더니 이곳에서는 초경을 시작하는 열두 살 즈음이면 모두 시집을 간단다. 그래서 열여섯 즈음되면 아이가 네, 다섯은 된다. 이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0세가 채 못된다. 의사도 없고, 병원도 없고, 하루 종일 아마존 강에서 일을 하고, 밀림에서 열매를 딴다. 평균 연령이 낮다 보니 결혼도 일찍 하고, 아이도 가능한 많이 낳는다. 문화라고 하지만, 보는 내 마음은 내내 철렁한다. 일 년에 백 명 밖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콩이나 돌 같은 주변의 물건들을 모아 장신구를 만들어 판다. 우리가 사니 그 돈을 그 장신구를 만든 사람에게 바로 건네준다. 열여섯 소녀들 네댓 명이 모여 돈을 나누며 까르르 웃는다. 모두 임신한 상태이다. 이 자연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은 매우 위험한 과정으로, 이렇게 아이를 낳다가 죽는 여인이 일 년의 몇은 된다고 한다.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목에 걸려서 차마 그 소녀들에게 사진기를 들이밀 수 없었다.
이 사람들에게 학교를 지어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 생각이 맞는지 확신이 없다. 그저 울컥하는 마음으로 기도만 드릴뿐. 다행히 함께 간 사람들이 이것저것 장신구를 많이 샀다. 아마 그걸로 가까운 문명 지역에 가서 티셔츠라도 하나 사 입겠지.
이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잘 걸리지 않는데, 특별한 면역력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 계속 말라리아에 걸리고 낫고를 반복하면서 자연 면역력을 키웠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한다. 물론 그러다 죽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이다.
우리와 함께 여행했던 가이드 중 한 명인데 이 부족 출신이라고 한다. 그들의 악기를 우리에게 연주해 주었다. 입으로 한쪽을 잡고 동물 뼈에 걸린 실을 다른 막대기로 연주하는 방식의 악기였는데 간단하지만 따뜻한 음색이 연주되었다.
아마존 밀림에서 만난 천년 이상 된 나무. 윌버가 타잔처럼 그 나무에 걸려있는 다른 등나무 줄기에 매달려서 타고 오르는 중이다. 아마존 강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계속 그 모습이 움직인다고 한다. 한쪽은 계속 침식이 되고, 맞은편은 계속 퇴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 지도를 정확하게 그릴 수 없단다. 10년 후에는 또 다른 강의 모습이 되어있을 테니까. 지금 저 사진의 나무도 아마도 10년 안에 쓰러질 나무이다. 강의 침식이 되는 편에 서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은 삶과 죽음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 시작하고 있었다.
호세가 이야기해준 것들 중 흥미로운 이야기는 '스타워즈'의 '자바 더 헛'이 하는 언어가 아마존 원주민 언어라고 한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기 전 아마존에서 2-3년을 머물면서 언어를 공부해서 돌아갔단다. 그렇게 아마존 원주민 언어(물론 이름이 있는데 그것도 까먹었다. 모두 다 까먹는구나, 정말)를 배워가서 자바 더 헛이 사용하는 헛 언어로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원주민들에게 영화의 그 부분을 보여주면 이해를 한단다. 우와- 왠지 엄청 신기.
아마존의 별명은 지구의 허파이다. 세계가 요구하는 1일 산소량의 50%를 생산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마존 밀림은 이대로 간다면 80년 후 멸종된다는 사실이다. 지구온난화로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대기를 타고 건너오는 공기 오염으로 인해 하루 2에이커씩 밀림이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무분별한 수은 채취와 발굴로 인한 오염도 가세한다. 이미 많은 동물들이 멸종 단계에 있다. 재규어는 오직 80마리 정도 생존해 있는데, 매우 자기 영역에 예민한데 개발로 인해 영역을 빼앗기는 재규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탓이다. 이 모든 사실을 페루 정부(페루 뿐만 아닌 아마존을 둘러싼 모든 국가들)는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할 여력도 없는 나라에서 80년 후를 생각하는 것 만큼 사치스러운 일은 없다. 모든 선진국이 저질러놓은 일의 폐해를 이 가난한 나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80년 후의 지구는 허파의 반으로 생존해야 한다. 아마 그것보다 더한 상황일 수도 있다. 우리 다음 세대, 그리고 그들의 다음 세대에 주어야 하는 이 아름다운 땅을 우리의 이기심이 망가뜨리고 있다.
아마존을 다녀오면서 지구와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토록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화합하며 흘러가던 자연이 단지 '인간'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우리가 쉽게 쓰는 일회용품들, 살충제들, GMO 식물들 등, 이 간단한 것들이 지구와, 자연, 인간 모두를 멸망시키고 있다.
그래서 다녀와서 그 주에 교회에서 청지기로서의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 설교도 하고, 일회용품들을 모두 없앴다. 아니면 스티로폼이 아닌 종이로 된 일회용품으로 대체했다. 이렇게라도,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바꾼다면 지구의 연한이 조금 더 길어질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