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공까지 미운 날
밉고 못나게 행동해놓고선,
그렇게 행동한 나를 너무 잘 안다.
이불 덮고 킥 차는 건 기본이고,
가끔은 내가 나를 차고 싶다.
가끔 남들에겐 부처님 오신 듯 자비로운 내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자신에게는
커터칼로 협박하듯 앞으로 걸어가라고 밀어낼 때가 있다.
왕좌의 게임에서 조프리가 산사를 말로 위협할 때
성벽 외다른 길에서 떨어질까? 하는 듯한 눈빛으로 길 아래를 내려다보던 산사처럼,
나는 나 자신에게 협박당해 낭떠러지를 걷는 기분으로
서걱서걱 소리 나도록 후벼 파 댄다.
내 안에 두 인격이 있는 셈이지.
어떻게 해야 상대를 상처입힐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조프리와,
아직 어째야 할 줄을 몰라 그 말에 상처 입고 맘껏 자존감도 함께 깎는 산사.
어린 초록이 상큼한 완두콩이 자신의 대칭이 완벽한 동그란 알을 탓하는 것,
사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웃긴가.
우리가 보기엔 그 싱그러운 초록에 쌓인 세상에 막 태어난 듯한 여린 얼굴을 한
완두가 이쁘기만 하고만.
그러니 때로는 우리는 우리가 남에게 어질듯이
우리 자신에게도 어질어야 한다.
부처님 오신 듯이 두 눈 길고 가늘게 뜨고
까짓거 꽤나 괜찮구먼. 사람이 길고 가늘게 살며 실수할 수도 있지, 하며
남들에게 인심 크게 쓰는 후한 사람처럼,
나 자신에게도 마음을 크게 써줘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인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