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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Nov 23. 2018

고아들의 세상

가즈오 이시구로 "우리가 고아였을 때"

연이어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읽고 있다. 아마도 책의 말미에 자리한 이 구원받는 느낌이 비슷하게 드러나는 그의 서사 스타일이 좋아서인 듯하다. 82년에 첫 소설을 낸 이지만 과작하는 타입이다 보니 생각보다 글이 많지 않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그의 글을 사랑한다. 읽은 후 항상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이 가슴 찡한 카타르시스를 사랑한다. 

 

 I have been reading the novels written by Kazuo Ishiguro. It seems that I like his narrative that puts a salvific moment at the end of the story. His first novel came out in 1982, but since he writes very sparingly, there are not many books from him out there. I love his writings that are easy to read, yet not easy to grasp. I love the catharsis of his writings that leaves me in awe.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When We Were Orphans)"는 결국 모두가 고아인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릴 때 갑자기 행방불명된 부모의 흔적을 좇아 자기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상하이로 돌아가는 주인공, 주인공이 끌렸던 또 다른 고아인 세라, 주인공이 입양한 전쟁 통에 고아가 된 제니퍼, 고열에 신음하며 돌아가신 부모님과 함께였던 즐거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아키라...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자기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지냈던 상하이 외국인 조계 구역에서의 삶을 회상한다. 탐정으로서 그가 쫓는 현재의 사건은 그의 어린 시절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그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곤 한다. 아름답고 강한 어머니, 다정하지만 유약한 아버지, 주인공을 아버지처럼 사랑해주던 믿음직한 필립 삼촌, 그리고 소꿉동무 아키라가 그의 유년 시절을 장식한 회상의 주요한 대상들이다. 오랜 시간 떠나 있던 상하이로 돌아오던 크리스토퍼는 이 모든 이들과의 재회를 꿈꾸지만 그 모든 재회는 그가 원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의 꿈같은 유년시절은 극악한 사실로 가려져 있었으며, 사실로 다가서는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세상을 이루는 진실과 마주한다. 

 

 Ishiguro's When We Were Orphans is about the world where everybody is orphaned.  There are the leading character who goes back to Shanghai where he spent his childhood to find his parents who have gone missing for years, Sarah who is also an orphaned lady, who the main character was attracted to,  Jennifer who also lost her parents due to the war, and Achira who have lost his parents and was reminiscing the memoir of the childhood that there were Christopher and his parents....

 The main character named Christopher reminisces his life at the foreign concession in Shanghai where he lived with his parents. The case that he is working on as a renowned detective is closely related to his childhood in Shanghai and he used to ponder about his younger years because he thinks what he could find in his childhood could help solve the case. 

 

크리스토퍼는 과거를 쫓느라 현재를 모두 잃는다. 함께 떠나기를 요구한 세라를 마지막 순간에 버려두고 그는 부모님의 그림자를 쫓지만 부모님의 그림자는 그가 다다른 자리에 있지 않았고, 세라는 크리스토퍼 없이 상하이를 떠난다. 부모를 찾기 위해 영국을 떠난 크리스토퍼의 빈자리는 역시 전쟁고아인 제니퍼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제니퍼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크리스토퍼의 빈자리는 제니퍼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그래도, 크리스토퍼는 돌아가야만 했다. 완결되지 않은 과거를 마무리하기 위해. 그러나 드라마틱한, 한 사회를 구원할 만한 피날레를 기대했던 그는 오히려 원하지 않은 사실을 마주하게 되고, 허깨비 같은 환상으로 지어진 그의 세상은 끝이 난다. 판타스틱한, 낭만스런 세상에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던 그가 더 행복했을까, 추하고 상처투성이의 세상을 만난 후 갈가리 찢겨 바닥으로 떨어진 아프락사스가 더 행복했을까. 

 낭만만을 찾아 떠나는 세라는 결국 같은 결정을 반복한다. 환상적인, 신비한, 꿈같은 사랑과 세계, 공간과 관계를 찾아 떠나기를 반복한다. 포로수용소에서 죽어가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보기를 거부했고, 사탕으로 포장된 세상을 보고자 했다.

 

 Christopher lost everything in the present because of the obsession of his for the past. He left Sarah who was waiting for him to leave together to find his long-lost parents' traces. However, his parents were not there where he thought they should be. Sarah left Shanghai without him. Also, it has left an irreversible scar to Jennifer who was also a war orphan, Christopher's adopted niece, that Christopher left Jennifer when she needed him the most. 

Nonetheless, Christopher had to get back. He had to go back to complete the unfinished past. He expected to see the finale to the situation, the finale that would be able to save the world in a dramatic way, but rather what he faced was the cruel fact that he didn't even want to know, and it ended his haunted world that was made out of fantasy and lie. 

I wonder if he would be happier if he lived in a world where nothing was revealed and he remained ignorant of the facts or in a world where he found out everything about the ugly, wounded world, where he was thrown down to the ground like Abraxas. 


 

 

 

크리스토퍼는 어머니를 만난 후 천직처럼 여기던 탐정 일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 얼마나 쓸모없는 짓임을, 그는 결국 as who he is, 그 자신의 모습 그대로 구원받을 수 있음을,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깨닫는다. 

 

 결국 에덴의 동산을 잃은 우리는 모두 고아와 같지 않을까. 과거는 기억으로 재현되며 날마다 더욱 아름답게 미화되고 포장된다. 지나간 시간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은 잘라내고, 보고 싶은 것들만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남긴다. 가질 수 없는 과거를 좇는 우리는 결국 모두 고아와 같지 않은가.


마지막 결말이 이시구로 같지 않아서, 혹은 생각보다 너무 극악해서, 아주 깜짝 놀랐다마는, 그래도. 읽을만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시간'과 '기억'에 대한 도전이라니. 천재적으로 철학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기억하는 것과 실재, 그 사이의 간극, 그러나 과연 무엇이 실재인가? '내가 기억하는 그것'과 '실제 일어났던 일'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 매력적이다. 실제 시간은 절대적이라기 보다 상대적인 개념이다. 철학적인 사유에서 시간은 재미있는 관념으로 다루어지는데, 이시구로가 그 주제를 선택한 것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마지막을 꼭 그렇게 끝냈어야 했던 걸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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