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뮤지션 Sep 04. 2018

화해와 회복의 염원을 담아,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

꼬여가는 실타래를 풀듯이


누구나 정말 원하지 않는 것
 누군가와의 쓸데없는 오해로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있다. 게중에는 말 그대로 잊어버리면 그만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오랫동안 마음에 찌꺼기처럼 남아 거북할 때도 많다. 후자의 경우는 정말 소중하던 사람을 잃었을 경우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틀어짐이 일어나는 원인은 둘 다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선의가 악의로 둔갑하고 진심이 욕심 혹은 가식으로 전달되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본인의 추악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이 정도까지 가면 큰 가치가 있는 성찰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제 진심으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알량한 자존심이란 놈은 이 행위조차 제동을 건다. 양자가 다 그렇다. 그것을 극복하고 회복된 돈독한 관계는 더욱 반석 위에 굳게 설 것이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는 협주곡이란 양식 아래 그러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https://youtu.be/Et1zSwsXubE

브람스 :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더블 콘체르토 a단조 op.102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첼로/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브람스 : 아 내가 괜히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나?
 브람스와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은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 그런데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했던 브람스의 마음이 과했던 것일까? 요아힘의 부부관계에 브람스가 개입하게 된다. 요아힘의 와이프는 미모가 수려했다. 그런데다 요아힘은 상당히 심각한 의처증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혹여라도 외도를 하는 것이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결국 요아힘은 "심증만 가지고" 법정에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브람스는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뜬금없이 고소를 당한 요아힘의 아내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그녀를 위로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브람스가 쓴 편지를 제출해버린다. 이 결과로 요아힘은 브람스가 자신이 아닌 아내 편을 들었다고 오해해 브람스와 절교를 선언해버렸다. 브람스는 친구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단지 안타까웠을 따름인데...
 
 3년이 지난 어느 날, 브람스는 자신의 세 번째 교향곡을 갑자기 요아힘에게 보냈다. 요아힘은 옛 절친이 보내온 오랜만의 시그널에 내심 반가웠지만 겉으로는 소원하게 대했다. 이 때 아마 서로가 느꼈을 것이다. 아직은 마음이 다시 열리지 않았구나...그로부터 4년이 더 지났다. 브람스는 자신의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계획한 어떤 대곡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하기 시작했다. 솔로 악기를 한 대도 아닌 두 대나 넣었다. 대화의 염원을 담아서... 이것이 바로 더블 콘체르토였다. 이 곡을 요아힘에게 보낸 브람스는 편지로 주문했다. "x월 x일 x시, 클라라의 집에서 보자." 요아힘은 악보를 받아들고 친구의 진심어린 화해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결국 두 사람은 절교한 지 7년 만에 이 협주곡을 클라라의 집에서 연습하면서 옛 우정을 회복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대신한 두 남자의 못다한 이야기
 첫 소절을, 오케스트라가 포르테로 내지르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바이올린과 첼로, 이 두 솔로악기가 실타래처럼 꼬여서 나가기 시작한다. 서로 자기 목소리 내느라 바쁘다. 듣는 사람에 따라 위태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는 그랬다. 언제 쌍욕이 튀어나갈지 모를 일촉즉발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이 얽힘은 2악장에 오면서 차분해진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차분하게 대화해 나가는 느낌으로 음악은 전개된다. 3악장에 와서야 비로소 하하호호 웃는다. 그리고 맥주 한 잔 따라놓고 건배를 외치는 느낌으로 기분좋게 음악은 마무리된다. 누군가는 바이올린은 요아힘이고, 첼로는 브람스라 비유한다. 동의한다. 바이올린은 요아힘의 입장을 말하는 듯하고, 첼로는 브람스의 입장을 말하는 듯하다.
 
알고보면 틀어짐의 원인은 요아힘의 피해의식
 이러한 스토리가 있는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는 브람스의 진실된 면이 엿보여 더욱 감동적이다. 이 곡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도 저마다 각자의 스토리를 품고 있겠지만, 이 곡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그 스토리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맥락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여기서 이 곡 한정으로 핵심을 뽑아내 보자. 브람스와 요아힘이 7년 동안 멀어졌던 이유는 알고 보면 요아힘의 피해의식이 원인이었다. 요아힘은 의처증이 심했고 심지어 그걸 중재하려는 절친의 진심조차 해코지로 오해할 정도로 피해의식에 찌들어 있었다. 요아힘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반성하자는 것이다. 나도 아무 도움도 안되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망쳐버린 관계가 얼마나 많은가. 브람스와 요아힘의 이 에피소드 덕분에 우리는 더블 콘체르토라는 명곡의 감동을 전리품으로 받았지만, 그 당사자들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그 심리가 내 가슴에 실시간으로 안타깝게 전해져온다. 참으로 내 자신부터 반성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클라라, 당신은 대체 어떤 여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