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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뮤지션 Aug 31. 2018

두렵고 아픈 슈만?

아픔과 두려움은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슈만은 두렵고 아프다??

https://youtu.be/DGYpQMuUlyk

슈만:크라이슬러리아나 op.16

다닐 트리포노프


슈만은 진정 정신질환자인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슈만은 정신질환으로 고생했다. 생을 마친 곳이 무려 정신병동.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갔다. 그의 결혼 생활은 또 어떠했는가? 클라라와의 결혼이 장인의 반대에 부딪히니까 법정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택해버리는 슈만. 보통의 경우에는 그냥 헤어지거나 힘들어하거나 하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참 극단적이고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 좋다 할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평균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적 불문하고 말이다. 이런 캐릭터를 가진 슈만은 음악도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나 아름답고 수려하지만 친숙하다는 느낌은 들기 어려운 게 보통이다.
 
그래서 슈만은 슈만의 눈으로 봐야 한다. 물론 이게 쉽지 않으리란 건 안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이 행위가 조금은 쉽다. 여기서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사실 슈만의 그 마음이 내 마음 같음을 많이 느끼곤 하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나더러 또한 “비정상”이라 말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한 번쯤은 기꺼이 “비정상적인 인간”이 되어 보리라!


https://youtu.be/scavxcPLKy4

슈만:판타지 C장조 op.17

에프게니 키신



수려한 부분집합, 처절한 전체집합 슈만
슈만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는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라는 슈만 내면의 두 가지의 인격이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플로레스탄과 온유하고 부드럽고 감성적인 오이제비우스가 슈만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두 개의 지각이 부딪히듯 충돌한다. 그러니 음악이 늘 지진이 난 듯 불안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지진을 상상해보라. 설레는 마음을 단 0.1라도 느낄 수 있는가? 안전한 데로 도망가기 바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하게 충돌하는 어떤 것들을 각각 떼놓고 잘 살펴보면, 그 각각의 부분집합은 극히 굴곡깊고 아름다운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수많은 디테일한 감정들이 부분집합을 거쳐 합집합, 전체집합에 이른다. 슈만음악의 원소 또는 부분집합에는 분명 수려한 빛깔의 장미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장미의 아름다움을 취하려는 순간 가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날카로운 가시가 사람을 위협하듯이, 이것들이 합집합 또는 전체집합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는 이의 소름을 돋게 하는 가시가 또아리를 튼다. 이것이 슈만이다. 슈만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두려움 내지는 아픈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에는 바로 이러한 성격이 자리하고 있다.


https://youtu.be/YI0tuqI8-XE

슈만:만프레드 서곡 op.115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오케스트라 모차르트


그는 누구보다 섬세하고 인간적이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슈만을 “정신병자”라 못을 박는 건 어쩌면 위험한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두려움 또는 아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당연한 감정에 속하는 것이다. 이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소시오패스 아니면 사이코패스 아니겠는가? 슈만이란 인물은 단순히 내면이 복잡하고 감정이 풍부했을 따름이며, 그것을 세상이 받아들이기에 버거웠다고 보는 것이 좋아 보인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상은 평균,표준 따위의 개념을 음으로 양으로 강요하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 그것을 잘 따른다면 세상 살기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슈만은 그걸 거부한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 당연히 힘들 수밖에. 슈만의 언어와 그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가 정신질환자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슈만의 음악에서 아픔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는 건, 슈만을 단순히 정신질환자로 인식하는 프레임을 넘어서서 정말 인간적인 그의 면모에 충분히 공감하고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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