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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뮤지션 Dec 22. 2019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레슨을 계속 받아야 할 이유



지금 나의 직업은 두 가지다. 날이 밝을 때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해가 저물면 내가 맡은 성인 취미생들의 개인레슨과 연습을 한다. 그러면서 학교를 졸업했어도 여전히 중장기 플랜을 가지고 새로운 곡들을 항상 연습하곤 한다(사실 레슨생이 더 늘어나 레슨과 연습에만 전념하면 더 좋겠다). 그런데 나는 누구를 가르치든 올바로 된 것을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 그것의 첫걸음은 나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속된 말로 “야메”로 피아노를 치는데 레슨생들에게 정석을 요구하는 건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내가 바르게 피아노를 치고 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여전히 레슨을 받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유명한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나의 경우 학원의 강사들에게도 거리낌없이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나가는 피아노 연주모임에 오는 전공자들과 서로의 연주를 체크해 주기도 한다. 이때 무슨 큰 것을 배운다기보다는, 내가 연습을 똑바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걸로 생각한다. 내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하는 건강검진은 사실 동네 내과에서 하든 대형 종합병원에서 하든 큰 차이가 없다. 그것과 같은 것이다. 일단 나부터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보면, 내가 피아노를 칠 때 보이지 않던 부분이 현미경처럼 잘 보인다. 다른 사람이 내 연주를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예의를 지키는 범위내에서 조심스럽게 코멘트를 해주는 것이 쌓이다 보면 서로가 연주력이 느는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내 딴에” 전공자라고 거들먹거리다가는 언제 밑천이 떨어져서 말도 안되는 연주를 할 지 모른다. 혼자 계속 치다가 별안간 내 연주를 녹음하거나 영상으로 찍어 보면, 라흐마니노프처럼 연주하는 모차르트, 쇼팽처럼 연주하는 베토벤, 베토벤처럼 연주하는 쇼팽, 우당탕탕 차력쇼로 변질된 리스트가 나오기 일쑤다. 

https://youtu.be/3NYfrht6TU8

 <바렌보임에게 마스터클래스 레슨 받는 랑랑>


 전세계구 스타인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키신의 경우는 아직도 자신의 유일한 스승 안나 바블로브나 칸토르에게 항상 연주시 조언을 구하고 레슨을 받는다고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키신은 이미 전설이라 불릴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스승 칸토르를 친어머니처럼 집에서 모시고 살면서, 연주회 때마다 항상 같이 다닌다. 심지어는 내한공연 때 리허설에서까지 레슨을 하면서 키신에게 거침없이 호통을 치는 칸토르의 모습이 화제가 된 바도 있다. 누군가는 키신을 의존적인 “마마보이”라고 조롱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은데, 이건 뭐 재론의 가치조차도 없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한 연주를 하기 위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점검하는 키신의 진지한 구도자적인 자세의 일환이라고 봐야 하고, 그 역할을 그의 오랜 스승이 거동도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내가 졸업한 학교에는 유명한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그의 러시아 유학 시절 절친이었던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타라소프도 역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은 틈날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레슨해 준다고 한다! 그 뿐인가? 이 시대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 바렌보임에게 베토벤 열정 소나타를 레슨 받으면서 문자 그대로 “멘탈이 털리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된 유투브 영상도 있다. 이렇듯 우리와는 다른 클래스에 있는 사람들도 레슨을 받기를 꺼려하지 않는 판에, 레슨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본래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법이다. 피아노를 치다 보면 나 혼자 체크하기가 버거운 것이 많다. 가장 기초적인 자기 소리 듣는 행위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우당탕탕 치는 것만 하는 걸로도 만족한다면, 손만 좀 돌아가면 혼자 하루 열 시간을 뚱땅거려도 뭐라할 사람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저 많은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발자취를 생각해 본다면,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면 혼자서 뚱땅거리고 우당탕탕거리는 건 분명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다. 그 위대한 음악가들의 발자취를 가격 후려치기로 도매상에 떠넘기는 행위를 하고 싶은가? 베토벤이 괜히 베토벤이 된 것이 아니고, 벤츠가 괜히 벤츠가 된 것이 아니다. 그 명성에 값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해서 베토벤이란 악성이 현재까지의 찬란한 명성을 이어온 것이고, 벤츠를 명차로만든 것이다. 그래서 주어진 음악을 바르게 치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현학적인 “똥폼 잡기”가 아니라, 몇백 년을 살아남아온 위대한 유산에 값하는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다. 지금 당장 내 음악을 체크해 줄 레스너를 찾자. 굳이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도 좋다. 그저 내가 제대로 치고 있는지 체크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동네 피아노 학원, 백화점의 문화센터,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을 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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