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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뮤지션 Jan 12. 2020

몇 가지 연습방법 논란에 대한 생각들

주관적인 의견들도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피아노를 연습하다 보면 “연습을 열심히 한다”는 절대 명제 하에 레슨 또는 독학을 통해 다양한 연습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중에는 만고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방법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겐 맞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은 방법도 있으며, 찬반 논란이 치열한 방법들도 있다. 오늘 나는 찬반 논란이 많은 방법들 몇 가지에 대해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Q. 붓점연습 하는 게 좋다 vs 필요없다

A. 붓점연습 대상 구간의 성격을 파악한 후 알아서 적용하자

 붓점연습은 중고생 입시생들부터 프로 피아니스트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연습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법이 조금 신성시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연습하다 테크닉적으로 막히면 무조건 붓점연습을 하라고 몰아가는 레스너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붓점연습은 백해무익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를 조리있게 대는 선생님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보통 붓점연습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빠른 16분음표(또는 그 이상)로 되어 있는 템포가 빠르고 기교적으로 화려한 패시지들인데, 이러한 부분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일단 잘 파악해야 한다. 만약 각 음정들의 낙차가 크지 않거나 뭉쳐 봤을 때 기본 3화음 등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화성인 경우, 굳이 붓점연습이 필요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레가토를 구사하는 데 신경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이다. 손이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똑같이 빠른 패시지가 나오는데 임시표가 난무하거나 뭉쳐 봤을 때 불협화음이거나 음들의 조합이 불규칙한 경우에는 붓점연습이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구간들은 상당히 여러 번 부분연습을 해도 막상 원템포(또는 그에 가까운 템포)로 쳐봤을 때 손이 갈피를 못잡고 해메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붓점연습은 손끝 근육이 건반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https://youtu.be/GQ-NAgDpRVs

쇼팽 : 연습곡 op.10-4 "추격"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피아노


Q. 테크닉 연습은 테크닉 교재로 한다 vs 곡 안에서 한다

A. 절대적으로 후자를 지지한다.

 사실 나는 테크닉 교재를 따로 쓰는 것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이건 마치 영어공부와도 같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문법책만 들이파는 것보다는 미드를 보거나 영어권 외국인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이 훨씬 낫듯이(영어가 가장 빨리 느는 방법은 미국인 연인을 만드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피아노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기초 테크닉을 익힌 다음에는 되도록 많은 곡을 쳐 보면서 그 안에 나타나는 테크닉들을 음악적인 감성, 흐름 따위에 맞게 익히는 편이 절대적으로 낫다. 손가락 푼답시고 체르니와 하농을 생각없이 백날 치는 것보다는 바흐 인벤션이나 평균율을 가지고 자신이 주력으로 연습하는 곡의 조성과 같은 곡을 치거나 마음에 드는 곡을 한 곡 골라 몇 개의 조로 이조해서 쳐보는 편이 훨씬 좋다. 바흐 인벤션이나 평균율은 그러한 의도로 쓴 작품들임과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완벽한 곡들이다. 바흐 뿐만이 아니다. 시대별로, 작곡가별로 다양한 난이도의 연습곡 또는 연습곡 기능을 할 수 있는 곡들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스케일을 연습한다고 생각해 보자. 더도 덜도 말고 모차르트와 쇼팽만 봐도 스케일이 다양한 조성으로 “지겹도록”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하농의 39번을 영혼없이 붙잡고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이제는 전설로 회자되는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는 평생 체르니와 하농을 구경도 못해봤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수건 휙 던지고” 미친듯한 속주에 질서정연한 리듬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쇼팽 연습곡 “추격”의 동영상은 뭘로 설명할 것인가. 이 눈이 휘둥그래지는 화려한 테크닉은 체르니와 하농이 만들어준 것이 아님을 잘 알아야 한다.


Q. 양손 따로 vs 양손 같이

A. 따로 하면 왼손 연습량을 3배로, 양손 같이 연습의 비율은 동등하게

 양손 따로 떼어서 하는 연습은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맹목적으로 해서는 효과가 오히려 반감된다. 따로 연습할 때는 왼손은 오른손 연습의 3배 이상으로 함이 적절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그 연주의 성패는 왼손이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왼손은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메이커라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렇게 양손 따로 연습한 다음에는 양손 연습도 동등한 비율로 해줘야 밸런스가 맞다. 


Q. 박자, 리듬과 음악은 따로 vs 같이

A. 같이 가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새 곡을 연습하기 시작하면 보통 메트로놈을 켜놓고 느리게 연습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일단 박자 맞추는 것에 급급하기보다는 박자 맞추는 과정에서 악상지시를 최대한 살리면서 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전체의 큰 그림 혹은 프레이즈별로 음악적인 생각을 머릿속에 정리하거나 악보에 표시해 두고 거기에 맞는 소리를 고민하면서 주어진 박자와 리듬에 녹아들어가게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조금 머리가 아프겠지만 연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익숙해지면 재미도 있다!  처음에 박자 리듬 맞추기에만 급급해서 연습하다 보면 나중에 그 뒤의 과정은 귀찮아서(?) 스킵해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 결과는 정확성은 있지만 영혼이 사라진 음악이고, 이러한 결과는 미스터치를 남발하는 연주보다 더 나쁜 연주라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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