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숨겨진 나를 찾아준다.

나를 만났고, 나는 그렇게 또 걸어간다.

by Donghyun Kim

나는 나 자신이 꽤나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초, 중, 고등학교 시절 반장도 했었고 대학교 때는 학생회 일도 하면서 감투 쓰는 것도 좋아했었다. 감투의 무게나 책임 감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나란 사람이 주목받고 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가면 좋겠다는 욕심이 더 컸을 뿐이다.


나의 첫 직장이었던 삼성전자. 그 안에서 나는 파란 피로 물들어 있던 욕심 많은 청년이었다. 나는 내가 23살이란 빠른 나이에 입사했던 만큼 더 빠르게 올라가고 싶었다. 내 꿈은 유럽으로 지역전문가를 떠나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가 되어 최연소 임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퇴사에 걸린 시간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임원이 되면 세상이 밝아질 것 같았나? 돈을 무지막지하게 벌 것 같았나?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러면 좋을 것 같다는 추측이 만든 환상이었다.


DJ가 되기를 꿈꿨다. DJ는 삶 자체가 하나의 영화처럼 멋져 보이니까. DJ를 꿈꾸는 것만으로도 심장은 벌떡벌떡 뛰니까. 그런데 아티스트의 영역은 하고 싶다고 마음을 정하고 뛰어드는 게 제일 바보 같은 짓이다.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일을 하면서 가슴이 뛰고 있어야 한다. 음악을 하다 보니, 밴드를 하다 보니, 작곡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DJ가 되어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내가 만약 DJ가 될 운명이었다면 나는 중학교 때부터 밴드부에 들어서 뭐라도 하나 끄적여본 놈이었어야 했다.


나는 증권회사에 들어가면 만족스러운 생활이 될 거라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뭔가 자본시장은 그럴싸해 보였으니까. 그리고 난 내가 영업을 잘할 거라 예상했다. 말주변이 없는 편도 아니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는 잘해왔었으니까. 그러나 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는 일을 더럽게 못했다. 돈보다는 나의 자존심이 중요한 선비과임을 알게 된 거다.


회사를 나가서 작은 가게를 열면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출근도 없고 회식도 없고 영업 압박도 없고, 월 200만 원만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DJ꿈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쓰는 이 순간이 미친놈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시엔 정말로 이런 생각을 했다. 결론은? 밖에 나가 월 200만 원 버는 게 겁나 어려움을 실감했다. 목숨 걸고 장사하는 분들 앞에서 이런 생각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대신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일은 어떨까 생각했다. 디제이가 될 순 없어도 디제이들과 함께 하는 축제를 기획해 본다면 너무 즐거울 것 같았다. 그러나 페스티벌은 관객으로 참여했을 때 재밌는 것이지, 기획자와 운영자는 밤을 새 가며 고생만 하는 3D 업종이었다.


나는 내가 세계여행을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과테말라로 12시간 정도 버스를 이동하고, 호스텔 생활을 계속해보니 내가 이런 자유 분망함과 불편함에는 맞지 않은 사람임을 알았다.


나는 자유롭지만 히피가 되긴 싫고, 예술인이 되기엔 너무 평범하며, 남의 비위는 못 맞추며, 남의 즐거움보다는 내 즐거움이 큰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경험을 지나치고 선택한 게 아마존에 내 브랜드 판매를 통해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는 삶이었다. 2016년 6월 27일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아직까지도 그 사업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다. 디지털 노매드가 되진 못했지만, 일 년에 1/3은 해외에 있었던 기간이 4년 정도는 된 것 같고, 어느덧 내년이면 만 10년을 채우는 여정이 된다. 무려 내 인생의 1/4을 채운 시간이 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인도 시장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인도 시장은 뚫기가 매우 어렵지만, 한 번 뚫어놓으면 앞으로의 20년 이상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현실로 점점 다가온다. 물론, 기회를 대하는 자세는 언제나 겸손이 필수다. 언제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어떤 유형의 결과와 목표보단 중간의 과정들과 경험이 내게 더 뜻깊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배움과 경험을 통해 내적, 외적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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