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바꾸려 하지 말고 행동이 일어나는 환경을 바꾸라.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평상시 내 모습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인해 나 조차 털털 웃게 되는 순간들이다. 허탈한 그 순간을 줄이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 봤다.
행동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매번 그 행동이 일어나게 여러개의 생각, 의지 변수를 통제하는 것도 어렵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행동이 노출될 만한 환경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옳다고 느껴진다. 요즘 자주 발생한 우스꽝스러운 사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각을 좀 더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사건의 발단. 다른 번호 버스 탑승
내가 꽤 자주하는 실수다. 도착 예정 버스를 보고 탔다고 생각했으나 다른 코스로 가는 버스를 보며 꽤나 허탈한 후회를 하는 상황이다. 분명 나는 제대로 버스 번호를 보고 탔고 약속 시간에 맞춰갈 수 있다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실수로 인해 본인에게 짜증이 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실수의 원인이 뭘까 정의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꽤 자주보는 행동때문에 순간적으로 버스 번호를 보는 능력이 떨어져서 일까? 버스 정차 정보를 알려주는 앱 또는 외부 디스플레이의 문제인건가? 성급하게 버스 도착 시간을 맞춰가는 급한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인가?
실수의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다보니 모든 것이 복합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인 것 같았다.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버스를 타기까지 꽤나 실수 유발 동기들을 제어해야 할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해 볼 방법을 궁리해 보니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그 버스만 오는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방법이었다. 기존 정거장보단 200m정도 멀지만 실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충분히 커버가능한 단점이었다.
생활 중에서 필연적으로 범하는 실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결과에 따라서 실수일 수도 있고 일상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10번의 상황이 닥쳐도 대부분 그렇게 하는 경우 말이다. 이런 상황은 내 행동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방법보다는, 행동이 노출되는 환경을 바꾸는 게 더 맞는 해결책이란 생각이 든다.
실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쓴 글이지만, 요즘의 내 생활을 관통하는 커다란 관점이기도 하다. 내가 잘하고 원하고 즐거워하는 것들이 조합될 수 있게 환경을 통제해보는 거다. 가령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게 모든 업무의 문서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놓는다.', '글을 쓰고 싶을 때 퍼블리싱에 대한 의무(?)를 지우도록 브런치로 바로 글을 쓴다.' 이런 식의 접근이면 내가 원하는 행동이 발생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의지력은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타고난게 맞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의지력에 기대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할 것이다. 최근에 인기 끄는 단어인 그릿(Grit)이란게 내겐 그렇게 와닿지 않느 이유다. 하지만 '내일은 운동해야지. 샤워 끝나고 방에 들어가 일해야지.' 같은 마음 속 다짐에 어떤 구속력이라도 걸어본다면, 그 결과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특정 행동에 발화점이 될만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생각해보고, 그 요소라는 변수를 상수로 만들어 놓는다면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