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한 잔과 꽃보다 현실
대청댐 벚꽃길, 왜 그렇게 가보고 싶었을까요?
이번 주는 좀 쉬어야지… 했는데 말이죠.
봄바람이 아니라 꽃바람이라도 든 걸까요?
마음이 급했어요.
세종의 벚꽃 잎이 바람에 실려 하나둘 흩날리기 시작했거든요.
서둘러 애마에게 프리미엄 오일을 가득 채워주고, 바로 옆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들러 밀크티 그란데 사이즈를 겟!
오늘의 미션: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에서 밀크티 마시기!
“출발 전에 따뜻한 한 모금 마시고 갈까… 허거덕!”
텀블러를 내밀었더니, 밀크티가 500ml 가득.
기분은 벌써 룰루랄라~ 페스티벌
시내 도로를 지나며 음악에 몸을 맡기다가
슬슬 지겨워질 무렵, 드디어 나타난 핑크! 핑크빛 세상.
봄의 마법에 빠져드는 순간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긴 벚꽃길’이라더니, 에이~ 얼마나 길겠어… 했는데.
진짜, 길더라고요.^^
가도 가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벚꽃 터널.
26.6km를 달리는 내내, 마치 하얀 꽃잎에 갇힌 생쥐가 된 기분.
슬슬 아름다움도 부담이 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주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초입 공영주차장의 화장실은 잠겨 있었고,
“음… 꽃이 예쁘니 일단 사진부터 찍자. 영상도 좀 남기고...”
하지만, 구간 내내 화장실은 없었습니다.
밀크티는 이제 배신의 음료로 등극,
‘뿡뿡이’ 앱을 켰지만, 지도는 차갑게 침묵했죠.
“이쯤에서 카페 하나 들어가서 차라도 마실까?”
하지만 그 많던 카페들, 다 어디 갔죠?
눈앞엔 카페 대신 오직 벚꽃, 벚꽃, 벚꽃…
“아... 여기가 몽골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넓디넓은 초원이라면, 그냥 고개만 숙이면 됐을 텐데 말이죠.
그때,
저 멀리 횟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저런 곳엔 분명 외부 화장실이 따로 있을 거야!”
믿음은 곧 구원이 되었고,
드디어 주차장 한편의 외부 화장실에서 진정한 해방을 맛보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을 달리는 기쁨보다 더 큰 행복은,
미칠 듯 급한 때 만난, 횟집 화장실을 다녀온 직후였다는 사실.
그리고,
화장실 담 너머로 찍은,
보름달 아래 펼쳐진 벚꽃길 사진 한 장.
그게 오늘의 진짜 하이라이트 컷이었어요.
아름다움도,
너무 오래 머무르면 지겨워지는 법.
오늘, 긴 벚꽃길에서
인생의 진리를 한 입 베어 문 하루였습니다.
대청댐 벚꽃길 주의사항: 밀크티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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